현대는 2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05∼2006 V리그 챔피언결정전 남자부 최종 5차전에서 특급 용병 숀 루니(17점)와 후인정(12점)의 좌우 쌍포를 앞세워 삼성을 3-0(25-21, 25-13, 25-21)으로 완파했다. 이로써 현대는 3승 2패를 기록해 1995년 슈퍼리그 우승 이후 11년 만에 정상에 복귀했다.
현대는 후인정(6개)과 윤봉우(3개), 루니, 장영기(이상 2개)의 블로킹으로 삼성 공격을 차단하고 루니와 후인정이 좌우를 공략해 1세트부터 주도권을 잡고 완승을 거뒀다. 삼성은 현대의 블로킹을 뚫지 못하고 실책을 25개나 하며 무너져 겨울리그 10연패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미국 출신 특급 용병 현대의 루니는 기자단과 심판위원회 등으로 구성된 투표인단 투표에서 30표 가운데 22표를 얻어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V리그 최초의 외국인 MVP.
여자 흥국생명 첫 우승… MVP 김연경
여자부에서는 흥국생명이 한국도로공사에 3-1(18-25, 25-20, 25-18, 25-20)로 역전승을 거두고 챔피언에 올랐다. 흥국생명은 전신인 태광산업 시절을 포함해 창단 35년 만에 처음으로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여자부 MVP는 프로 새내기 김연경(18·사진).
천안=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현대 우승 주역 김호철 감독-특급용병 루니
김호철(51) 현대캐피탈 감독은 위기가 닥치면 벌떡 일어나 양복으로 손을 가리고 세터 권영민에게 수신호를 보낸다. 다음 토스 때 누구에게 볼을 띄울 것인가를 지시하는 것. 그러면 권영민의 얼굴이 밝아지며 어김없이 좋은 플레이가 나온다.
김호철 감독은 삼성화재의 벽을 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게 자신감이라고 봤다. 현대는 1995년 슈퍼리그를 우승한 뒤 한번도 정상에 오르지 못해 큰 경기에 약한 약점이 있었다. 그래서 평소엔 선수들에게 맡기면서도 위기의 순간엔 꼭 특별 지시를 내려 해결해 왔다.
삼성의 9년 아성을 무너뜨린 현대의 우승 원동력은 ‘컴퓨터 사령탑’ 김호철 감독이다. 2003년 11월 현대를 맡은 그는 부임하자마자 팀의 최대 단점을 훈련부족에 따른 자신감 상실로 보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이탈리아에서 피지컬 트레이너를 영입해 맞춤형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키는 등 강도 높은 훈련을 시켰다.
지난해 챔피언결정전에선 삼성에 무너졌지만 가능성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뒤 이탈리아에서 도미니코 라사로(54) 전력 분석관을 불러들여 상대를 분석해 한 치의 오차 없는 ‘데이터 배구’로 삼성 신화에 종지부를 찍었다.
벤치에 김 감독이 있었다면 코트엔 206cm의 ‘괴물 해결사’ 숀 루니(23·사진)가 있었다. 미국 페퍼다인대를 졸업한 루니는 2004, 2005 전미대학선수권 최우수 선수 출신.
“명세터 출신인 김 감독에게 한 수 배우기 위해 왔다”는 루니는 장신을 이용한 강타와 재치 있는 대각선 연타로 팀의 우승을 주도했다. 루니는 챔피언결정전에서만 득점 최다인 97점을 퍼부었고 전체 공격 성공률(48.4%), 후위 공격 성공률(41.38%)에서 1위를 기록해 현대 정상복귀의 일등 공신이 됐다. 소년 같은 앳된 외모에 착한 성격의 루니는 여성 팬을 사로잡고 있어 현대의 ‘홍보 맨’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천안=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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