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먼지를 마셔도 공을 튀기며 뛰어다니는 게 그저 즐거웠다.
2년 선후배로 정다운 우정을 나눈 그들이 어엿한 프로 감독이 돼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다툰다.
7일부터 시작되는 4강 플레이오프에서 맞붙는 모비스 유재학(43), KCC 허재(41) 감독.
이들은 1975년 서울 상명초등학교에서 함께 농구를 했다. 당시 유 감독은 졸업반이었고 허 감독은 동북초등학교 4학년을 다니다 전학을 왔다. 그 후 용산중과 기아에서 다시 한솥밥을 먹은 이들은 국가대표팀에서도 호흡을 맞췄다. 1988년 농구대잔치에서 유 감독이 기아를 정상으로 이끌며 최우수선수상을 받을 때 허 감독은 신인으로 활약했다. 유 감독은 최고의 포인트 가드였고 허 감독은 슈팅 가드로 이름을 날렸다. 유 감독의 친동생은 허 감독의 동갑내기 친구.
잊지 못할 추억도 많다. 중학 시절인 1978년 춘계대회에서 용산중은 주전 포워드였던 전창진(현 동부 감독)이 발목을 다쳐 결승 출전이 힘들었다. 팀이 어려운 상황에 빠지자 까까머리 유재학과 허재는 전의를 다지기 위해 머리에 흰 띠를 두르고 코트에 나서 우승했다.
이들은 병역 면제도 함께 누렸다. 1982년 필리핀 아시아청소년대회에 동반 출전해 3위에 올라 ‘혜택’을 받은 것.
1987년 아산(온양)에서 있었던 대표팀 단합대회의 기억도 생생하다. 유, 허 감독은 다른 선배 두 명과 밤늦도록 관광용 소주 67병과 맥주 한 상자를 비운 것. 그러고도 허 감독은 유 감독이 잠든 사이 낚시를 해 붕어를 잡아왔다. “새벽에 화장실에 갔더니 세면기에 붕어가 있어 깜짝 놀랐어요.”(유재학). “낚시광이라 그냥 잠들 수 없었죠. 좀 취했지만 정신력으로 버틴 거죠. 허허.”(허재).
30년 넘게 호형호제한 이들은 이제 적장으로 우정 어린 대결을 다짐한다. 누가 이겨도 서로를 축하해 주겠다고 한다. 오래도록 머릿속에 남을 명승부가 된다면 더욱 즐거울 것 같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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