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감독은 광신상고 신입생 때인 1970년대 초반부터 최 감독이 다니던 경희대에서 운동을 하며 인연을 맺었다. 고3 때 안 감독은 본인의 뜻과 달리 다른 대학에 스카우트된 뒤 숙소에서 도망까지 친 끝에 경희대에 입학했다. 대학 새내기였던 안 감독은 당시 졸업반이던 최 감독과 같은 하숙집에 머물며 진한 선후배의 정을 나눈 뒤 실업 삼성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누구보다 안 감독을 잘 아는 최 감독은 요즘 “준호가 달라졌다”는 얘기를 자주 한다. 평소 온화하고 색깔을 잘 드러내지 않는 스타일에서 탈피해 벤치에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 그러면서 최 감독은 “우승에 대한 의욕이 대단해서 그런가 보다”라고 말했다.
안 감독의 이런 변신은 굴곡이 심했던 그의 농구 인생에 승부수를 던지려는 것처럼 보인다. 안 감독은 1996년 신생팀 진로의 창단 감독을 맡았지만 팀이 매각된 뒤 SK에서 통산 12승 37패의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특히 1997∼1998시즌에는 서장훈과 현주엽이라는 두 명의 걸출한 스타를 보유하고도 시즌 초반 6경기 만에 성적 부진으로 경질되는 아픔을 겪었다. 그 후 친정팀 삼성의 코치로 백의종군해 2001년 우승을 맛봤으나 재계약에 실패하며 다시 야인이 됐다.
우여곡절 끝에 2004년 삼성 감독에 부임한 그는 이번 시즌 ‘다걸기(올인)’하고 있다. 감독 계약 기간이 끝나는 데다 자신에게 명예 회복의 기회를 준 친정팀에 우승으로 보답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자율적인 팀 관리에서 벗어나 때론 선수들을 다그치고 호통을 치는 맹장을 자처하고 나섰다.
팀워크를 위해서라면 선수들의 희생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 덕분에 삼성은 주전 부상과 불화설 등 위기도 있었지만 탄탄한 조직력으로 5년 만의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눈앞에 뒀다.
올해 만 50세가 된 안준호 감독. ‘지천명’이란 말처럼 그는 진정 자기가 무엇을 해야 할지를 알게 된 듯하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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