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설(연세대 의대 교수) 대한축구협회 의무분과위원장은 10일 “이동국의 정확한 부상명은 오른쪽 무릎 전방십자인대 파열이다. 경미한 수준이 아니다. 치료 방법은 두 가지인데 수술을 택하면 월드컵 출전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재활치료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의학적으로는 월드컵 출전이 불가능하므로 재활치료라는 ‘기적’을 바라겠다는 말이다. 재활치료가 잘만 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5월 15일 월드컵대표팀 훈련 시작까지는 한 달여밖에 남지 않았다. 과연 그때까지 이동국이 완전하게 몸을 만들 수 있을까.
마니치(33·전 인천유나이티드)라는 선수가 있었다. 세르비아몬테네그로 출신의 공격수로 한때 한국 귀화까지 생각할 정도로 펄펄 날았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가을 고향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바로 ‘오른쪽 무릎 전방십자인대 파열’ 후유증 때문이다.
그는 축구를 하다가 그 부상한 게 아니다. 억울하겠지만 2003년 K리그 올스타전 이벤트인 이어달리기를 하다가 문제의 부상을 당했다. 그는 곧바로 스위스로 건너가 수술을 하고 5개월을 쉬었다. 그리고 다시 5개월 동안 재활훈련을 한 끝에 지난해 K리그에 복귀했다. 하지만 예전의 그가 아니었다. 스피드가 떨어졌고 몸싸움도 예전에 훨씬 못 미쳤다.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되면 달리다가 정지하는 게 잘 안 된다. 좌우 전환도 매끄럽지 못하다. 물론 이동국은 일반인보다 무릎 주변의 근육이 잘 발달돼 회복이 빠를 것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아무리 빨라도 5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월드컵 때까지 회복될 확률은 ‘1%’도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이야기다. 그만큼 시간이 없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 황선홍(현 전남 코치)의 경우도 비슷하다. 프랑스 월드컵(6월 10일∼7월 12일)에 임박해 6일 전 열린 중국과의 평가전에서 왼쪽 무릎 정강이와 닿는 근육을 다쳤다. 당시 의료진은 ‘본선 출전에는 무리가 없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황선홍은 프랑스까지 가기는 갔지만, 한 경기에도 출전할 수 없었다. 골잡이로서 무릎 부상은 그만큼 치명적이다. 더구나 황선홍의 부상은 이동국보다 심각하지 않았음에도 그렇다.
문제는 이동국이 재활에 성공하더라도 부상 이전의 기량을 보여 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윤 위원장은 “일반인은 재활 6개월 만에 60%가량의 파워를 회복할 수 있는데 축구선수 사례는 없다. 수술을 하지 않고 재활만 하면 재부상이 우려되고 그럴 확률도 높다. 또 경기를 뛸 수는 있지만 예전 기량을 못 찾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경태 을지병원 족부정형외과 과장은 “무릎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된 선수가 의학적으로 50여 일 만에 완전하게 회복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더구나 이동국은 힘을 많이 써야 하고 몸싸움이 심한 골잡이다. 상대적으로 힘을 적게 쓰는 미드필더도 아무리 빨라야 6개월은 걸린다. 개인적으로 안타깝지만 순리에 따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프랑스 월드컵 당시 벤치에서 발을 동동거렸던 황선홍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34세의 나이에도 펄펄 날았다. 물론 이동국에게 기적이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예외적인 경우다. 바늘구멍 같은 재활성공확률 그리고 재활에 성공한다 해도 예전 기량을 회복한다는 것은 경험상 극히 어렵다. 더구나 재활치료는 재부상 위험이 너무 높다. 월드컵은 4년이면 다시 돌아온다. 이동국은 아직 젊다. 그리고 이동국의 축구인생은 앞으로도 길다. 정말 가슴 아프겠지만 하루빨리 수술해서 다음을 기다리는 게 어떨까. 아쉽지만 멀리 봐야 한다.
전현직 국내외 축구 스타들의 부상 | ||||
이름 | 연도 | 부상명 | 수술여부 | 출장까지기간 |
황선홍 | 1992년 | 오른쪽 무릎전방십자인대 | 독일 수술 | 수술 후6개월 |
1997년 | 16개월 | |||
고정운 | 1999년 | 오른쪽 무릎전방십자인대 | 독일 수술 | 수술 후6개월 |
얀 콜러(체코) | 2005년9월 | 오른쪽 무릎전방십자인대 | 수술 | 출장 미정 |
마이클 오언(잉글랜드) | 2005년12월 | 발가락 골절 | 수술 | 출장 미정 |
플란체스코 토티(이탈리아) | 2006년2월 | 왼쪽 종아리뼈 골절 | 수술 | 출장 미정 |
알렉산더 프라이(스위스) | 2006년2월 | 치골염증 | 수술 | 3월 말팀 복귀 |
김화성 스포츠전문기자 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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