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유니폼을 입었던 지난해 왼손 타자 이승엽은 밸런타인 감독의 눈에 반쪽 선수였다.
이승엽은 팀 내 최다인 30개의 홈런을 쳤지만 왼손 투수가 나오면 벤치 신세였다. 밸런타인 감독은 ‘플래툰 시스템(오른손 투수엔 왼손 타자, 왼손 투수엔 오른손 타자를 내세우는 것)’의 신봉자였기 때문.
좀처럼 왼손 투수를 상대할 기회가 없던 이승엽은 결국 왼손 투수를 상대로 4홈런, 타율 0.216에 그쳤다. 반면 오른손 투수를 상대로는 26홈런에 타율 0.273을 기록했다.
올해 이승엽이 롯데보다 낮은 연봉을 제시한 요미우리의 이적 제의를 선뜻 받아들인 것도 플래툰 시스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이승엽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하라 다쓰노리 감독의 절대적 신임 아래 부동의 4번 타자로 나서고 있는 이승엽은 더는 오른손, 왼손을 가리지 않는다.
16일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요코하마 원정 경기.
2회 첫 타석에 들어선 이승엽은 왼손 선발 투수 요시미 유지의 몸쪽 꽉 찬 직구(135km)를 잡아 당겨 오른쪽 스탠드에 꽂히는 라인 드라이브성 선제 홈런을 쳤다. 시즌 4호 홈런으로 비거리는 105m.
이승엽은 4회에도 요시미를 상대로 2루수 앞 내야 안타를 쳐 최근 7경기 연속 멀티 안타(1경기 2안타 이상)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5타수 2안타 2타점 2득점의 맹활약. 이승엽의 득점과 타점은 각각 20점, 15점이 됐다. 타율은 0.414.
이승엽은 15일 경기에서도 지난해 10승 중 7승을 요미우리를 상대로 거둔 ‘거인 킬러’ 왼손 선발 도이 요시히로에게서 2루타 2개를 뽑아냈다.
이로써 이승엽은 16일 현재 왼손 투수를 상대로 21타수 8안타(0.381) 2홈런, 오른손 투수를 상대로 37타수 16안타(0.432) 2홈런을 기록 중이다.
요미우리는 이날 접전 끝에 8-7로 승리하면서 12승 1무 2패로 리그 선두를 굳건히 지켰다.
이승엽 2005 vs 2006 좌우 투수 성적 | ||
2005년 | 2006년 | |
오른손 투수 | 타율 0.273 26홈런 85안타 | 타율 0.432 2홈런 16안타 |
왼손 투수 | 타율 0.216 4홈런 21안타 | 타율 0.381 2홈런 8안타 |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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