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기자의 히트&런]구단주의 야구사랑

  • 입력 2006년 4월 18일 02시 58분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에는 조지 스테인브레너라는 구단주가 있다. 야구를 정말 좋아하는 그는 엄청난 투자로 유명 선수를 싹쓸이해 양키스를 ‘별들의 군단’으로 만들었다.

일본 프로야구의 최고 실력자는 와타나베 쓰네오 요미우리 구단주다. 그는 지난주 히로시마와의 홈경기 때는 하라 다쓰노리 감독의 등번호 88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관전했을 정도로 야구광이다.

한국 프로야구에는 구본무 LG 구단주가 있다.

구 구단주는 개막 전 코칭스태프와의 식사 자리에서 “조만간 선수들 전체와 편안하게 저녁 식사를 하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2001년 ‘단목 행사’ 이후 5년 만에 하는 선수들과의 만남이다.

‘단목 행사’는 구 구단주의 외가이자 생가가 있는 경남 진주시 대곡면 단목리에서 지내는 우승 기원 고사다. 개인적으로는 2001년 3월 열린 마지막 단목 행사에 참가한 적이 있다.

한마디로 봄날의 동네 잔치였다. 한쪽에선 갓 잡은 소를 굽고 있었고, 다른 한쪽에선 윷판이 벌어졌다.

구 구단주는 허심탄회하게 선수들과 어울렸다. “자네는 작년에 다친 팔꿈치 괜찮은가.” “얼마 전에 딸을 낳았다지. 잘 키우게.” 그는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꿰고 있었다. 한 외국인 선수는 구단주와 맞담배를 피워 직원들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구 구단주는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바쁜 일정을 쪼개 선수들과 식사 자리를 함께해 왔다. 선수협 파동이 터진 후 몇 년간 선수단과 거리를 두었지만 이번에 다시금 각별한 애정을 표현한 것이다.

사족 하나. 언젠가 단목 행사 때 구 구단주는 3000만 원 상당의 최고급 롤렉스 시계를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에게 선물하겠다고 했다. 그 시계는 현재 LG구단 사무실 금고에 보관되어 있다. 구 구단주의 애정이 올해는 과연 꽃을 피울 수 있을까.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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