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프로야구의 최고 실력자는 와타나베 쓰네오 요미우리 구단주다. 그는 지난주 히로시마와의 홈경기 때는 하라 다쓰노리 감독의 등번호 88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관전했을 정도로 야구광이다.
한국 프로야구에는 구본무 LG 구단주가 있다.
구 구단주는 개막 전 코칭스태프와의 식사 자리에서 “조만간 선수들 전체와 편안하게 저녁 식사를 하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2001년 ‘단목 행사’ 이후 5년 만에 하는 선수들과의 만남이다.
‘단목 행사’는 구 구단주의 외가이자 생가가 있는 경남 진주시 대곡면 단목리에서 지내는 우승 기원 고사다. 개인적으로는 2001년 3월 열린 마지막 단목 행사에 참가한 적이 있다.
한마디로 봄날의 동네 잔치였다. 한쪽에선 갓 잡은 소를 굽고 있었고, 다른 한쪽에선 윷판이 벌어졌다.
구 구단주는 허심탄회하게 선수들과 어울렸다. “자네는 작년에 다친 팔꿈치 괜찮은가.” “얼마 전에 딸을 낳았다지. 잘 키우게.” 그는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꿰고 있었다. 한 외국인 선수는 구단주와 맞담배를 피워 직원들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구 구단주는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바쁜 일정을 쪼개 선수들과 식사 자리를 함께해 왔다. 선수협 파동이 터진 후 몇 년간 선수단과 거리를 두었지만 이번에 다시금 각별한 애정을 표현한 것이다.
사족 하나. 언젠가 단목 행사 때 구 구단주는 3000만 원 상당의 최고급 롤렉스 시계를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에게 선물하겠다고 했다. 그 시계는 현재 LG구단 사무실 금고에 보관되어 있다. 구 구단주의 애정이 올해는 과연 꽃을 피울 수 있을까.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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