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월드스타다운 모습을 보여 보라”고 농담조로 얘기한 게 먹혔다. “네”라는 대답과 함께 어깨를 펴고 잠깐이지만 진지한 모습을 보인 것.
이달 초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쇼트코스 수영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 2개를 획득하며 한국 수영의 ‘희망’으로 떠오른 박태환(17·경기고·사진). 18일 울산에서 개막한 동아수영대회에서 만난 그는 아직 여드름도 가시지 않은 앳된 소년이었다.
대회 첫날인 이날 대한수영연맹에서는 500만 원의 포상금을 그에게 전달했고 국제수영연맹(FINA)이 발표한 그의 쇼트코스(25m) 세계랭킹은 남자 자유형 1500m 세계 2위. 종전 순위에서 무려 11계단을 뛰어올랐다.
천식 치료로 4세 때 수영을 시작한 이래로 박태환은 “세계적인 선수들을 상대로 실력이 통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태극마크를 단 지 이제 3년째. 매일 1만 m 이상을 헤엄치고 웨이트트레이닝도 해야 하는 고된 훈련의 연속이다. “그래도 수영이 좋으냐”는 말에 그는 “기록을 단축해 나갈 때 쾌감이 있다”고 말했다.
다음 목표는 올 12월 도하 아시아경기. 주 종목인 자유형 400m, 1500m에서 2관왕을 노린다.
그 이후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의 메달이다. “스타트할 때 입수동작이 안 좋고 근력이 약한 것이 약점인데 이것만 보완하면 해볼 만하다”고 그는 말했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쌓인 피로에 감기까지 걸려 코를 연방 훌쩍거리는 그는 이번 대회에서는 단체전에만 나선다.
울산=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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