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기자의 히트&런]선동렬+구대성=유현진?

  • 입력 2006년 4월 25일 03시 03분


‘불펜의 선동렬’이라는 말이 있다. 구위는 ‘국보급 투수’ 선동렬(삼성 감독)만큼 좋은데 불펜에서 던질 때만 좋은 투수를 일컫는 말이다. 수많은 ‘불펜의 선동렬’이 미처 떠 보지도 못하고 사라져 갔다.

그런 점에서 한화의 왼손 신인 투수 유현진(19)은 특별하다. 선 감독이 18일 경기 후 “그 나이 때의 나와 비교하면 훨씬 배짱이 좋은 것 같다”고 말했을 정도다.

투수의 배짱을 말할 때 첫손 꼽히는 선수는 같은 팀의 베테랑 왼손 선수 구대성(37)이다.

구대성의 배짱과 자신감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한 관계자는 “구대성은 경기할 때건 고스톱을 칠 때건 절대 진다는 생각을 안 하는 선수”라고 했다. 한국 일본 미국을 돌아 올해 한화로 복귀할 때까지 구대성은 한 번도 고개를 숙인 적이 없다.

그런 구대성도 한눈에 유현진을 인정했다. 해외 생활을 마치고 첫 훈련에 참가한 4월 4일 대전 구장. 구대성은 그날 유현진의 불펜 피칭과 훈련 모습을 지켜보더니 김정무 스카우트 팀장에게 “쟤 던지고 행동하는 거 보니까 정말 잘할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자신의 모습과 꼭 닮은 유현진의 모습에 반한 것이다.

입단 때까지 그리 큰 주목을 끌지 못했던 유현진은 프로야구 초반 최고의 뉴스메이커가 됐다. 24일 현재 3경기에서 3연승으로 다승 1위, 평균 자책 0.78로 이 부문 2위다. 탈삼진(28개) 역시 1위.

150km의 강속구를 가지고도 프로 무대에서 실패하는 선수가 부지기수다. 이른바 배짱 없는 ‘새가슴’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유현진은 150km의 강속구를 ‘내 공은 아무도 못 친다’는 자신감을 실어서 던진다.

뛰어난 체격 조건(키 188cm, 몸무게 96kg)에 두둑한 배짱, 그리고 ‘국민 감독’ 김인식 감독의 조련과 듬직한 선배 구대성까지. 유현진의 앞길은 창창하기만 하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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