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그럴 만했다. 지난해 시즌 개막을 앞두고 모비스의 정상 도전을 점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전년 성적 7위로 플레이오프에도 진출하지 못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평균 연봉도 10개 구단을 통틀어 가장 낮았고 내로라하는 스타도 없었다. 뚜렷한 전력 강화도 없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모비스는 어느새 거인이 되어 있었다. 독일리그에서 뛰던 크리스 윌리엄스는 한국 농구 최고 용병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었고 전년에 신인왕을 거머쥔 양동근도 유 감독 밑에서 명 가드로 훌쩍 성장해 있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정규리그 우승이었다.
하지만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붙은 삼성은 너무 강했다. 신장의 열세와 경험의 부족을 넘기에는 모비스는 아직 젊었다.
유 감독은 플레이오프 내내 경기 도중에도 선수들에게 그때그때 잘못을 지적하는 등 ‘현장 지도’를 자주 했다. 유 감독은 “당장 우승을 못하더라도 큰 경기에서 선수들이 경험을 제대로 쌓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방법이었다”고 말했다.
“울산에 짐이 있어 다시 가야 한다”며 전의를 불태웠던 유 감독. 비록 전패했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한 모비스 선수들. 아름다운 패자로 남은 그들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희망을 발견한 것 같았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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