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D-30 특집]박지성 주축 최강 미드필더진 알프스 넘는다

  • 입력 2006년 5월 10일 03시 02분


한국축구대표팀 ‘아드보카트호’. 2002 한일 월드컵의 영광을 재현하기를 기대하는 팬들의 기원 속에 대장정을 앞두고 있다. 2006 독일 월드컵에서 ‘아드보카트호’의 1차 목표는 16강 진출이다. 대표팀은 한때 유니폼에 ‘투혼’ 두 글자를 새기고 경기에 나섰으나 본선에서는 유니폼 규정상 이를 지울 예정이다. 그러나 가슴속에 새겨진 투혼은 지울 수 없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한국축구대표팀 ‘아드보카트호’. 2002 한일 월드컵의 영광을 재현하기를 기대하는 팬들의 기원 속에 대장정을 앞두고 있다. 2006 독일 월드컵에서 ‘아드보카트호’의 1차 목표는 16강 진출이다. 대표팀은 한때 유니폼에 ‘투혼’ 두 글자를 새기고 경기에 나섰으나 본선에서는 유니폼 규정상 이를 지울 예정이다. 그러나 가슴속에 새겨진 투혼은 지울 수 없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2006 독일 월드컵에서 한국축구대표팀의 1차 목표인 16강 진출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16강 진출이 가능하다는 주장과 가능하지 않다는 주장의 근거는 무엇인가. 한국의 16강 진출 전망을 분석한다.》

낙관론

2006 독일 월드컵에서 한국이 거둘 성적은 어느 정도일까.

축구 전문가들 중 박문성 SBS 해설위원과 서형욱 MBC 해설위원은 한국이 16강에 진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한국의 장점으로 미드필더의 강세를 꼽았다. 김남일 이호 박지성이 버티는 미드필더진은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것. 여기에 이천수 박주영 등 윙쪽의 공격력도 좋다고 본다.

무엇보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의 경험이 큰 자산이다. 이전까지 한국선수들은 월드컵 무대에 나서기만 하면 심리적으로 위축되고는 했는데 2002년을 계기로 이 같은 심리적 약점을 극복했다. 이는 경기력을 극대화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요소이다. 또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영표(토트넘 홋스퍼) 등 유럽무대에서 큰 경험을 쌓은 선수가 많다는 것도 장점이다.

조 편성도 비교적 유리하다. 3팀 중 비교적 약체인 토고와 첫 경기를 치른다는 점에서 기선을 제압할 수 있다. 예상 성적은 1승 2무 혹은 2승 1패. 토고에 승리를 거두고 프랑스 스위스와 무승부를 기록해 승점 5점을 확보하면 16강행이 가능하다. 2승 1패를 예상하는 시나리오는 프랑스가 3전승을 거둔다는 가정하에서다. 최강 전력인 프랑스가 한국 토고 스위스를 모두 이길 경우 한국은 토고와 스위스를 이겨야 한다. 결국 한국이 토고와 스위스를 이길 수 있다고 보며 프랑스와도 최소한 비길 수 있는 전력은 된다고 보는 것이다.

토고는 최근 대표팀이 분란을 겪어 신임 오토 피스터 감독과 선수들이 손발을 맞출 시간이 없었다는 점이 약점이다. 주공격수 에마뉘엘 아데바요르의 경우 노련한 수비수 최진철 등이 막을 수 있다는 분석.

스위스는 체력과 조직력이 좋다. 한국과 미드필드에서 치열한 공방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강점인 미드필드 싸움에서 이긴다면 승산이 있다. 프랑스전은 티에리 앙리의 공격력을 막는 것이 관건. 왼쪽에서 파고들어 오른발 슛을 감아 차는 일정한 패턴을 보이고 있는 앙리에 대한 스타일을 연구해 협력수비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앙리에게 공이 가기 전에 볼 배급을 하고 있는 지네딘 지단을 묶는 것이 일차적으로 중요한데 지단의 기량이 예전만 못해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분석.

일단 16강을 통과하면 다른 조 편성상 H조(스페인 우크라이나 튀니지 사우디아라비아)의 1, 2위와 맞붙기 때문에 8강 가는 것은 오히려 더 쉬울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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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론

국내 대부분의 축구 전문가는 한국이 2006 독일 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할 가능성보다는 진출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을 직시하기보다는 ‘꿈’만을 좇는 팬들의 과도한 열망 때문에 16강에 진출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은 함부로 입에 담지 않고 있다. 하지만 현실을 제대로 알아야 16강 진출 가능성을 더 높일 수 있지 않을까. 전문가들이 보는 16강 진출의 어려움에 대해 알아봤다.

○ 예상보다 강한 스위스

스위스는 현재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35위로 한국(30위)에 비해 낮지만 실제 실력은 한 수 위라는 평가다. 유럽예선에서 프랑스와 두 번 만나 모두 비길 정도다. 스위스는 유럽에선 축구 변방으로 통하지만 오히려 이 때문에 월드컵 같은 국제대회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특히 우리에게 익숙한 필리프 센데로스와 요한 폰란텐 이외에도 수비형 미드필더 요한 포겔, 수비수 파트리크 뮐러 등 주전 모두가 ‘박지성급’이다.

○ 나쁜 대진 운

지난해 말 조 추첨이 끝난 뒤 대부분의 전문가는 “최상의 조 편성”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 축구해설위원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역으로 보면 최악의 조 편성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국과 토고가 처음 붙을 때 프랑스와 스위스가 싸우는 게 한국에 불리할 것이란 전망. 프랑스와 스위스는 한국과 토고를 2승 제물로 생각하고 있는 팀. 그렇다면 굳이 서로 맞대결에서 모험을 걸지 않고 비기기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유럽 예선에서 두 번 만나 모두 무승부를 기록했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 결국 한국으로서는 한국과 토고를 잡기 위해 눈에 불을 켠 프랑스와 스위스를 연속해서 상대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 박지성의 역효과

잉글랜드의 축구 칼럼니스트 랍 휴스는 “유럽에서 활동하는 박지성이 오히려 한국에는 ‘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너무 잘 알고 있어 상대팀이 대비책을 확실하게 세울 것이기 때문에 박지성이 팀의 핵심이 되면 한국은 손을 묶인 채 경기를 하는 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 원정 경기의 부담

2002 한일 월드컵은 안방에서 열렸지만 이번엔 유럽에서 열린다는 점도 불리한 조건. 특히 프랑스와 스위스는 독일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아 홈에서 경기하는 것과 똑같은 팬이 운집할 전망이라 우리에겐 불리할 수밖에 없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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