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이동국 “관중석에서 태극전사 성원할 것”

  • 입력 2006년 5월 12일 03시 01분


오른쪽 무릎 전방 십자 인대 부상으로 월드컵 꿈을 접은 이동국(27·포항 스틸러스·사진). 11일 발표된 2006 독일 월드컵 최종 엔트리 23명을 보고 어떤 기분일까. 참담한 심경일 것으로 알려졌지만 의외로 의연하다는 게 가족들의 전언이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재활훈련 중인 남편을 돌보고 있는 부인 이수진(27) 씨에 따르면 이동국은 매일 한 시간씩 치료를 받고 있고 재활훈련도 3시간씩 하고 있다. 수술을 받고 스포츠재활센터 ‘스포레크(SPOREG)’에서 재활하고 있는 이동국은 “아직 나설 때가 아니다”며 현재 언론 인터뷰를 사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술한 지 한 달여가 됐는데도 차도가 없어 다소 실망하고 있단다.

하지만 이동국은 뛰지도 못하는 월드컵의 현장에서 계속 재활훈련을 받고 있고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한국-토고전은 직접 경기장에서 보기로 하는 등 의연하게 이 난관을 극복하려 하고 있다.

이동국은 수술을 받은 뒤 한국으로 돌아올 생각도 했지만 부상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라운드에 빨리 나서고 싶은 조바심이 생길까 하는 우려 때문에 독일에서 재활을 마치기로 결심했다.

이동국의 아버지 이길삼 씨는 “동국이가 재활을 잘하고 있다며 전화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동국이가 토고전에 꼭 가서 응원하겠다고 했다. 뛰지는 못하지만 멋지게 이기길 바랄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국이 4년 전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해 자기가 없던 한일 월드컵을 애써 외면하며 방황하던 모습과는 180도 달라진 것이다.

1998년 ‘라이언 킹’ 바람을 일으키며 오빠부대의 인기를 한 몸에 받으며 프랑스 월드컵 대표로 뽑혔던 이동국은 독일 분데스리가 적응 실패와 병역 파동, 2002년 엔트리 제외 등 숱한 역경을 겪었다.

하지만 결혼한 뒤 절치부심으로 노력한 끝에 딕 아드보카트 감독을 만나 다시 최고의 ‘킬러’로 부상했고 이번 월드컵에서 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부상이란 암초에 월드컵 꿈을 또다시 4년 뒤로 미뤄야 했다.

한편 아들의 부상 소식에 칩거하며 가슴앓이를 했던 아버지 이 씨는 18일쯤 독일로 건너가 아들의 재활 모습을 지켜볼 예정이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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