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프리즘]K리그 스타감독들 ‘색깔’이 없다

  • 입력 2006년 5월 1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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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의 차범근(53), 전남의 허정무(51), FC서울의 이장수(50) 감독 등 스타 지도자들이 자신의 컬러를 드러내야 K리그에 발전이 있다. 이 세 팀은 좋은 선수들이 많다. 크게 만지지 않아도 체력 전술 조직력으로 굴러간다. 이런 팀의 감독은 더 큰 것을 봐야 한다.”

박종환(68) 프로축구 대구FC 감독이 7일 후배들에게 따끔하게 한마디하고 나섰다. K리그 스타감독들의 축구가 ‘색깔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게임이 재미가 없고, 관중의 발길을 끌지 못한다는 것이다.

차 감독이 이끄는 수원은 9일 현재 8위(3승 6무 3패·승점 15)다. 5일 홈에서 열린 포항과의 경기에서 1 대 2로 무릎을 꿇으며 ‘3연속 패배’의 늪에 빠졌다. 10일 전북과의 전반기 마지막 홈경기를 남겨두고 있으나 ‘레알 수원’이라는 닉네임이 무색한 성적이다.

오죽하면 수원 서포터스 ‘그랑블루’가 5일 포항전에서 ‘응원중지’까지 들고 나왔을까. 서포터스는 이날 경기장 펜스에 ‘우리의 위대한 수원은 어디에 있는가? 개선과 혁신! 다시 함께 울고 웃는 그날을 위해!’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이 감독도 사정이 좋지 않다. 5일 부산을 5-2로 대파했으나 이전까지 7경기 무승(5무 2패)에 허덕였다. 그것도 7경기 동안 페널티킥으로 1골을 넣었을 뿐이다. 팬들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FC서울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감독 퇴진’까지 거론했다. 부산을 크게 이기는 바람에 잠잠해졌지만 언제 다시 불거질지 모른다.

차 감독은 “용병 나드손이 복귀하지 못해 해결사 역할을 할 스트라이커가 없다”며 “팀마다 대표선수들이 월드컵을 앞두고 몸조심을 하는 것 같다. 물론 그 심정은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런 면이 있을 것이다. 특히 FC수원이나 서울에는 대표선수들이 많다. 월드컵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몸을 던지며 경기를 하라고 하기엔 무리다. 하지만 팀의 성적 부진이 그들만의 책임일까.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엔 호나우두, 호비뉴, 지단, 베컴, 라울, 밥티스타, 카를루스 등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즐비하지만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도 리그 우승에 실패했다. 영롱한 구슬은 많았지만 하나로 꿰지는 못한 것이다.

이런 면에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는 매우 시사적이다. 첼시 멤버는 레알 마드리드보다 화려하지 않다. 마켈렐레, 램파드, 드로그바, 테리, 로번 등 이름으로만 보면 레알 마드리드에 한 단계 떨어진다. 그런데도 팀플레이는 레알 마드리드보다 한참 위다. 뭐가 이렇게 만들었을까.

간단하다. 레알 마드리드는 세계 최고 선수들을 모두 끌어 모은 뒤, 이들을 각 포지션에 배치하는 식으로 ‘팀 빌딩(team building)’을 했다. 반면 첼시의 무리뉴(43) 감독은 ‘철벽같은 수비 중심의 4-3-3 포메이션’을 구상한 뒤, 이에 맞는 선수를 하나하나 데려왔다. 여기서 스타 중심의 ‘개인기 위주의 팀’이냐 ‘탄탄한 조직력의 팀’이냐가 갈라진 것이다.

K리그도 비슷하다. 수원이나 서울은 레알 마드리드식의 팀 빌딩과 닮았다. 하나하나 떼놓고 보면 수원과 서울 선수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하지만 조직력에선 성남에 떨어진다.

김학범(46) 성남 감독은 ‘공격 중심의 4-3-3 포메이션’을 그려놓고 맞는 선수들을 하나씩 데려왔다. 김두현 조병국 박진섭 우성용 모따 김용대 등은 다른 팀에서 부상이나 여러 이유로 제자리를 찾지 못했지만 성남으로 옮겨와 꽃을 피웠다.

김 감독과 무리뉴 감독은 닮은 꼴이다. 두 감독 모두 국가대표 문턱에도 가본 적이 없다. 4-3-3 포메이션을 쓴다거나 철저한 조직력의 축구를 하는 것도 그렇다. 상대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끊임없이 연구하는 스타일도 비슷하다.

김 감독은 “내가 스타가 아니었기에 스타선수들을 승복시키려면 이론에서 이겨야 했다”고 말한다. 그렇다. K리그 스타감독들은 김 감독의 말을 ‘천둥소리’로 들어야 한다.

김화성 스포츠전문기자 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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