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여가 지난 5월 16일. 이날 도쿄돔에서는 센트럴리그 최고 명문 요미우리와 퍼시픽리그의 강자 소프트뱅크의 인터리그 1차전이 펼쳐졌다. 공교롭게도 이날 빅매치의 영웅 역시 이승엽이었다.
3-3 동점이던 7회말 요미우리의 공격. 1사 1루에서 이승엽은 소프트뱅크의 왼손 셋업맨 미세 고지와 상대했다. 1구째 몸쪽 낮은 역회전볼을 그대로 흘려보낸 이승엽은 2구째에도 똑같은 구질의 공이 한가운데로 들어오자 번개처럼 방망이를 돌렸다. 타구는 쭉쭉 뻗어나가더니 도쿄돔 왼쪽 스탠드에 떨어지는 비거리 120m짜리 결승 2점 홈런이 됐다. 시즌 9호. 이승엽은 경기 후 수훈 선수로 선정됐고 오 사다하루 감독은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여야 했다. 이승엽은 삼성 시절이던 2003년에는 56개의 홈런을 쳐 오 사다하루 감독이 보유하고 있던 한 시즌 아시아 홈런 기록(55개)를 경신하기도 했다.
이승엽은 5회에는 볼넷을 골라냈으나 나머지 세 타석에서는 삼진 2개와 1루수 땅볼로 물러났다. 이날 성적은 4타수 1안타에 2타점. 타율은 0.290.
요미우리는 이승엽의 결정적인 홈런에 힘입어 소프트뱅크를 7-3으로 꺾고 3연패에서 탈출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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