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월드컵]노쇠한 지단을 묶으면 팔팔한 앙리도 묶인다

  • 입력 2006년 5월 17일 03시 02분


● 빠르고 유연하고… “앙리를 잡을 수비수는 지구상에 없다”

“앙리는 세계 최고의 공격수다. 놀라운 스피드, 골키핑, 공간 확보 등 모든 면에서 존경스럽다. 그와 함께 단 1분이라도 뛸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영광이다.”

2006 독일 월드컵 기대주 박주영(21·FC서울)이 15일 대표팀 공동인터뷰에서 티에리 앙리(29·아스널)와 꼭 함께 뛰고 싶다며 한 말이다.

앙리는 8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시즌 최종전에서 해트트릭을 터뜨리며 27골로 3회 연속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올랐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앙리가 일단 스타트를 끊으면 그를 뒤에서 잡을 수 있는 수비수는 지구에는 없다”고 평가한다.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육상선수 출신 앙리는 빠르고, 흑인의 피가 흘러 유연하다. 무척 영리해 어느 각도에서든 순간적인 판단으로 골을 만들어낸다”고 분석했다.

● 중원부터 압박…미드필더서 승부를

그렇다면 한국 수비수들이 어떻게 앙리를 막아낼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앙리가 패스를 받지 못하게 철저하게 막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원에서부터 강한 압박수비로 볼이 앙리에게 투입되는 것을 저지해야 한다는 것. 결국 볼을 배급하는 플레이 메이커 지네딘 지단을 묶어야 한다. 이번 월드컵을 끝내고 은퇴할 계획인 지단은 노쇠한 기미가 보여 기량이 예전만 못하다. 한국의 미드필더 김남일과 이호가 지단을 묶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수비에만 치중하다 보면 프랑스의 파상공세에 말려든다. 경기가 한국진영에서만 진행되는 일방적인 경기가 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수비라인을 끌어 올린 뒤 미드필더에서부터 프랑스와 한판 승부를 벌여야 한다.

● 28세 이상 13명 노장 중심… 프랑스월드컵 우승멤버 6명

한편 FC서울 이장수 감독은 “(박)주영이는 골문 앞에서 완벽한 찬스를 기다리느라 타이밍을 자주 놓친다”고 말했다. 반면 앙리는 간결한 동작으로 다양한 각도에서 슈팅을 날린다. 또 어시스트를 하고도 세리머니를 할 정도로 어시스트에도 열심이다. 박주영이 앙리를 뛰어넘으려면 다양한 각도에서 좀 더 빠르게 슈팅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고 어시스트도 더 많이 해야 한다.

프랑스의 레몽 도메네크 감독은 최종엔트리에 신예 2명을 포함시켰지만 전체적으로 노장을 중심으로 한 안정된 선택을 했다. 최종 엔트리 23명 중 1998년 우승 멤버가 6명. 15명은 유로 2004(2004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서 뛰었고 20명이 챔피언스리그에서 활약했다. 그중 5명은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한 경험이 있고 4명은 결승에 올랐다. 또한 13명이 28세 이상이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