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성의 현장에서]한국, 역습에 약했고 역습기회 못살렸다

  • 입력 2006년 5월 24일 03시 03분


답답했다. 역시 박지성의 빈 자리가 컸다. 게임을 풀어나갈 선수가 얼마나 중요한지 확인한 한판이었다. 만약 박지성이 꽁꽁 묶인다면 어떻게 경기를 풀어 나가야 할지 ‘숙제’를 내준 경기였다.

세네갈은 만만치 않았다. 이틀 전에 한국에 도착해 시차적응이 되지 않았을 텐데도 전혀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고무공 같은 탄력과 점프력이 놀라웠다. 공을 가로챘을 때 한방에 찔러주는 긴 패스도 일품이었다. 순간적으로 치고 들어가는 스피드도 매우 빨랐다. 에마뉘엘 아데바요르가 가세한 토고는 이보다 훨씬 강할 것이 분명하다.

한국 포백 수비진은 역습상황에서 한순간에 무너졌다. 전반 16분 왼쪽에서 흘러나오는 공을 2선에서 침투하던 상대에게 그대로 내준 것은 아찔했다. 전반 25분 왼쪽 코너 부근에서 2명이 에워쌌지만 한순간에 제침을 당한 것도 어이없는 일이었다.

이날 한국만의 특색을 보여주지 못했다. 패스미스가 잦았고 공중 볼은 번번이 상대에게 끊겼다. 전반엔 슈팅 상황에서도 자꾸 슛을 아끼다가 기회를 놓쳤다. 오랜만에 A매치에 나온 송종국은 아직 힘에 부쳤다. 세네갈의 166cm의 단신 프레데릭 멘디의 스피드에 힘겨워했다. 후반 조원희로 바뀌었지만 조원희는 종종 뒷공간을 내줬다.

한국은 초반부터 강하게 압박했어야 했다. 아프리카 팀은 초반에 강하게 밀어붙여야 한다. 기를 살려주면 그들의 리듬에 말려든다. 한국은 전반에 그대로 세네갈의 리듬에 말려들었다. 후반에 강하게 나왔지만 투박했다. 몇 번의 좋은 찬스도 마무리가 좋지 않았다. 다행히 박주영이 들어오면서부터 게임이 풀렸다. 하지만 세네갈의 체력이 떨어진 탓도 있었다. 김두현은 경기 내내 잘 보이지 않다가 왼발 슛 한방으로 체면을 세웠다.

3월 1일 앙골라전(1-0 승리)에서 한국은 슈팅 15-8, 오프사이드 2-1, 코너킥 7-0으로 게임을 지배했다. 하지만 세네갈전에선 슈팅 13-9, 오프사이드 2-4, 코너킥 3-4로 결코 게임을 지배했다고 볼 수 없다.

한국은 힘이 넘친다. 빠르다. 다이너마이트 같다. 한번 터지면 그 누구도 막기 힘들다. 아프리카팀은 바로 이 한국의 폭발력으로 맞서지 않으면 이기기 힘들다. 토고는 누가 뭐래도 세네갈을 이기고 올라온 팀이다. 얕보다간 큰코다친다.

김화성 스포츠전문기자 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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