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지붕도 없는 3개 면의 스탠드를 가득 채운 6000여 관중은 아무도 비를 피하지 않았다. 경기장 밖 먼발치 언덕 위의 수백 명의 사람들도 우산을 들고 비옷을 입고 덜덜 떨면서도 꼼짝 않고 자리를 지켰다.
‘호나우지뉴!’, ‘카카!’, ‘아드리아누!’ 선수들 이름을 외치는 괴성과 박수 소리만 가득했다.
인구 4000명의 작은 마을 동네축구팀이 쓰던 어설픈 스타디움. 호나우지뉴는 호나우두와 공을 주고받으면서 상대 진영을 돌진해 들어갔다. 6명의 수비가 그를 둘러쌌지만 그는 마치 장난을 치듯이 가볍게 그 사이로 골을 빼내더니 골키퍼까지 제치고 골을 터뜨렸다. 브라질의 다섯 번째 골.
28일 오후(현지 시간) 스위스 루체른에서 배로 40분을 들어가는 호반의 휴양도시 베기스. 이곳에 훈련캠프를 차린 브라질대표팀이 브라질의 플루미넨스 20세 이하 청소년팀과 연습경기를 가졌다.
호나우지뉴, 아드리아누, 호나우두, 카카 등 베스트 11이 총출동한 전반전을 5-1로 마친 브라질팀은 후반 들어 호비뉴의 4골 등을 더해 13-1 대승을 거뒀다.
브라질팀이 이 휴양지에서 얼마나 성과를 낼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이들을 유치한 베기스 시는 대성공을 거뒀다.
이날 루체른에서 베기스로 떠나는 유람선엔 노란색 브라질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이탈리아에 사는 브라질인 지오바나 세오로빌리 씨는 오스트리아인 남자친구와 함께 원정 응원을 왔다. 세오로 빌리 씨는 “표도 구하지 못하고 언덕 위에서 봤지만 브라질팀을 직접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너무 좋다”고 말했다.
베기스 관광국의 도미니크 켈러 이사는 “인구 4000명의 작은 휴양도시 베기스에 하루 평균 1만5000명이 찾고 있다”며 “브라질대표팀이 베기스에 머무는 2주 동안 총 1000만∼1500만 스위스프랑(약 80억∼120억 원)의 관광 수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뿌듯해했다. 평년보다 5배 이상 많은 수익이다. 브라질대표팀을 ‘모시기’ 위해 베기스 시는 5개월 동안 경기장을 개보수하고 5000석 규모의 관중석을 만들었다. 베기스 시는 170만 스위스프랑(약 14억 원)을 들여 도시를 정비했다. 하지만 효과는 이미 수십 배로 나타나고 있다.
베기스=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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