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기자의 퀵 어시스트]쌍둥이 형의 ‘아우 생각’

  • 입력 2006년 5월 31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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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계약선수로 풀린 조상현이 KTF를 떠나 LG와 계약했다.

지난해 11월 SK에서 KTF로 트레이드된 뒤 얼마 안 돼 다시 둥지를 옮긴 것이다. 조상현이 이처럼 단기간에 유니폼을 바꿔 입게 된 데는 본인과 구단 측의 ‘연봉 이견’으로 재계약이 결렬된 게 표면적인 이유. 하지만 뭔가 다른 속사정이 있는 듯하다. 바로 쌍둥이 동생 조동현과의 역학 관계 때문이다. 조상현은 지난주 LG와 입단 계약 사인에 앞서 밤늦은 시간에 조동현을 불러내 “너를 위해 내가 떠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KTF에서 계속 뛰면 현재 군 복무 중인 조동현이 복귀하는 내년부터 한솥밥을 먹게 된다. 이럴 경우 포지션이 겹치는 형제끼리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다. 누군가 벤치로 밀려나야 하며 조동현이 그럴 가능성이 크다.

이들의 어머니 신영숙 씨는 “동현이가 형한테 또 치이면 어떡하느냐”며 걱정하기도 했다. 조상현은 어릴 때부터 꼬마 장사 소리를 들은 반면 5분 늦게 태어난 조동현은 선천성 천식에 시달리며 잔병치레가 심했다. 이들이 대전중·고와 연세대에서 10년 넘게 함께 뛰는 동안 주인공은 늘 조상현이었다. 형의 그늘에 가린 동생은 주로 후보 신세였다.

다행히 조동현은 프로에서 형과 팀이 엇갈리면서 뒤늦게 빛을 봤다. 뼈관절염(퇴행성관절염)에 무릎 연골이 거의 닳았는데도 악착같은 수비와 돌파를 앞세워 주전 자리를 꿰찼다. 2004년 전자랜드를 4강으로 이끌었고 그해 KTF와 총액 10억 원에 5년 계약을 하며 대박도 터뜨렸다.

조상현은 동생과의 엇갈린 인연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미련 없이 새 길을 찾아 떠났다. 같은 팀에서 부딪치는 것보다는 서로 맞붙는 편이 차라리 상생에 도움이 된다고 본 것이다. 쌍둥이 형제의 애틋한 ‘마이 웨이’라고나 해야 할까.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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