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대표팀의 ‘대형 엔진’ 박지성(25·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왼쪽 발목을 다쳤다. 줄줄이 부상이다. 특히 한국팀의 ‘허리’가 걱정이다.
박지성은 31일 한국축구대표팀의 해외 전지훈련 장소인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머리파크에서 5 대 5 미니게임을 하던 중 이영표(29·토트넘 홋스퍼)와 볼을 다투다 넘어져 왼쪽 발목을 다쳤다. 박지성은 그라운드에 넘어져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으나 한쪽 발을 절뚝이며 그라운드 밖으로 나왔다.
대표팀은 숙소로 돌아간 뒤 “왼쪽 발목을 삔 것으로 보인다. 부상 정도는 경미하다. 정상 훈련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걷는 데 지장이 없다”고 전했다. 박지성은 지난달 2일에도 오른쪽 발목을 다쳐 치료를 받아 왔다.
현재 대표팀에서는 김남일(29·수원 삼성)이 훈련 도중 발목을 다쳐 치료 중이다. 김남일의 몸 상태는 31일 현재 60∼70% 회복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을용(31·트라브존스포르)도 허벅지 타박상으로 치료 중이다.
●신예 중원의 마술사 이호도 부상
박지성 김남일 이을용은 한국 미드필드의 핵심 3인방이다. 이들 3인이 버티는 미드필더진은 프랑스 스위스와도 해볼 만하다는 평을 듣는 역대 최강이다. 그러나 이들 3인이 모두 부상했다. 여기에 신예 미드필더 이호(22·울산 현대)가 왼쪽 발등을 다쳤고 백지훈(21·FC 서울)도 종아리 통증을 호소해 이곳 훈련에서 제외된 경험이 있다. 대표팀 6명의 미드필더 중 김두현(24·성남 일화)만이 정상 컨디션이다.
미드필더진 외에도 설기현(27·울버햄프턴), 송종국(27·수원) 등이 부상으로 별도 훈련을 했다.
김상식(30·성남)은 “선수들이 지친 상태에서도 훈련을 열심히 하다 다치는 것 같다. 이곳의 잔디가 미끄러운 점도 영향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표팀 선수들은 최근까지 국내외 프로리그를 마친 데다 잇단 체력훈련과 평가전을 치르느라 부상자가 많이 생겼다. 여기에 체력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시차적응도 못한 상태에서 훈련에 나섰다가 새로운 부상자가 생기는 등 악재를 겪고 있다. 이전부터 부상한 선수들 외에도 스코틀랜드 전지훈련 4일 만에 박지성 김남일 이을용 설기현 등 4명이 부상했다.
작은 부상이라도 경기력에 영향을 준다. 부상에서 얼마나 빨리 회복하느냐가 한국팀의 변수가 됐다.
글래스고=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부상, 그 경쟁의 그늘
눈앞으로 다가온 2006 독일 월드컵. 선수들은 저마다 자신이 주전임을 외친다. 어느 누가 지구촌 축제에서 벤치를 지키고 싶겠는가. 하지만 ‘베스트 11’은 11명을 넘을 수는 없다.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는 교체 인원 3명을 더해도 불과 14명. 태극전사들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은 이유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언제나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다. 선의의 경쟁은 팀 전력을 극대화하는 데 필요하다. 2002 한일 월드컵 때 네덜란드 출신 거스 히딩크 감독은 “정해진 주전은 없다”고 선언했고 최종 엔트리 23명에게 균등하게 기회를 줬다. 하지만 4년 전과 달리 이번엔 생존 경쟁의 후유증이 만만치 않게 나타나고 있다. 김남일 등 팀의 주축 선수들이 격렬한 훈련 탓에 줄부상을 당하고 있다. 그러나 아드보카트 감독은 말한다. “격렬한 축구에선 어느 정도의 부상은 감수해야 한다. 그리고 경쟁은 계속돼야 한다.” 모쪼록 선의의 경쟁이 실보다 득이 되길 바랄 뿐이다.
글래스고=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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