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어로 공을 뜻하는 발(Ball)과 할렐루야를 합친 말. 목사님이나 신부님들이 들으면 눈살을 찌푸리지나 않을까. 놀랍게도 이 말은 함부르크의 장크트파울리 교회가 개설한 월드컵 웹 사이트 이름이다.
이 교회는 제단 앞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고 월드컵 기간 중 프로젝터로 축구 경기를 중계한다. 주요 경기가 있는 날에는 오후 11시까지 개방한다. 응원 송과 고함도 허용된다. 주류와 담배, 과도한 애정표현이 금지될 뿐이다.
“저요? 축구를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청소년들에게 페어플레이를 가르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행사를 기획했습니다.” 지크하르트 빌름 목사의 설명이다.
최근 독일 일간지 ‘쥐트도이체 차이퉁’은 장크트파울리 교회 외에도 월드컵 기간 중 축구팬들에게 공간을 제공하는 교회가 늘어나면서 ‘교회와 축구의 만남’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1940, 50년대에 성직자들은 “축구는 주일을 경건하게 보내지 못하도록 만드는 악습”이라고 설교하곤 했다. 신학자 카를 바르트(1886∼1968)도 일찍이 “축구는 주를 멀리하게 만드는 지상의 악령”이라고 질타했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서 독일이 우승한 뒤에야 따가운 시선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마인츠 주교인 카를 레만 추기경은 독일 프로축구리그 분데스리가 마인츠05의 팬 모임을 주도하고 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도 취임 전인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에서 독일(당시 서독)이 8강에 오르자 “축구는 일상을 벗어난 천국의 기쁨을 느끼게 해 준다”고 기뻐했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독일 최대 개신교파인 성결교회에서만 2000개 이상의 교회가 축구팬들에게 시설을 개방할 예정이다. 천주교도 ‘축구를 맞이한 교회’라는 웹 사이트를 만들어 월드컵에 즈음해 각국의 친선과 청소년 교류에 나섰다. 독일 정부는 이번 월드컵의 최대 걱정거리인 외국인 혐오증을 가라앉히는 데도 교회가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쥐트도이체 차이퉁은 “축구에는 도취와 희열, 구원이 있으므로 종교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단 한 가지는 다르다. 축구의 경우 천국과 지옥이 너무 가까이 있어, 천국이 한순간에 지옥으로 변할 수도 있다.”
프랑크푸르트=유윤종 특파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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