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g 안팎의 둥근 공은 세계인을 한 자리에 불러 모으는 마법을 부린다. 특히 음식은 세계인들의 서로 다른 기질과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가늠자이기도 하다. 월드컵 출전 32개국의 대표적인 음식을 소개한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 하얏트’ 호텔 총주방장 시드니 하디(사진) 씨와 식생활 컨설팅사 ‘조이 미’의 김희선 대표가 서로 다른 나라의 음식들을 대부분 만들어보였다.
영국 출신인 하디 씨는 “월드컵이 열리는 3주간 ‘축구 휴가’를 떠난다”며 “축구와 음식의 공통점은 최대한 즐겨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이 맞다. 즐기는 일만 남았다.
축구를, 요리를!》
A조
(1) 독일-사우어크라우트와 소시지, 감자 샐러드
사우어크라우트는 채를 썬 양배추를 소금에 절여 발효시킨 독일식 김치다. 시큼하면서도 씹으면 아삭한 맛이 나 소시지나 햄과 잘 어울린다. 독일의 소시지는 1500여 종으로 고장마다 특산품이 있을 정도로 다양하다. 독일의 식탁에서 감자는 빵에 버금간다. 삶아 으깨거나 튀겨 야구공 크기의 덩어리로 만든 크네델을 메인 요리에 곁들인다.
(2) 폴란드-바브카
건포도와 설탕에 조린 오렌지 껍질을 넣고 주름치마 모양의 번트 팬에 구워낸 부활절 케이크. 바브카는 폴란드어로 ‘할머니의 케이크’라는 뜻이다. 케이크 모양이 할머니의 치마를 연상시키는 데서 따온 것이다. 작게 구운 것은 ‘바베츠카’라고 하는데 어린이에게 축복을 내린다는 의미가 있다. 밀가루를 발효시켜 굽기 때문에 케이크보다 빵에 가까운 느낌을 준다.
(3) 에콰도르-무친 데 유카
유카, 양파, 치즈, 고기를 섞어 계란 모양으로 만들어 기름에 튀긴 요리. 매콤한 칠리소스를 얹어 전채나 고기의 곁들임 요리로 먹는데 씹는 맛이 좋다. 유카는 전분이 풍부한 구근규로 원산지는 중남미와 카리브해 인근의 열대지역이다. 이곳 주민들은 주식처럼 먹는다. 신대륙 발견 이후 아프리카로 전해져 아프리카인들의 주요 식량의 하나가 됐다.
(4) 코스타리카-가요 핀토
밥에 허브의 일종인 고수와 양파, 콩(검정콩)을 섞은 것이다. 코스타리카에서는 가요 핀토에 에그스크램블, 토스트, 플랜턴 튀김, 화이트 치즈 한 조각을 곁들여 아침 식사를 차린다. 이 나라의 음식 맛은 순한 편이며, 밥과 검정콩이 매끼 식탁에 오른다. 가요 핀토는 중남미 퓨전 문화의 전형을 보여준다. 콩과 플랜턴 튀김은 전통 식문화이고 밥 빵 에그스크램블 치즈는 스페인의 영향을 받았다.
B조
(5) 잉글랜드-셰퍼드 파이
다진 양고기 위에 육즙을 뿌리고 으깬 감자와 치즈를 얹어 구운 영국의 전통요리. 다진 양고기를 쓰기 때문에 ‘양치기 파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쇠고기를 사용한 것은 ‘오두막집 파이(cottage pie)’, 생선이 들어간 것은 ‘어부 파이(fisherman's pie)’로 부른다. 고기는 잘게 다져 양파 마늘 당근 완두콩과 함께 기름에 볶는데, 허브인 로즈메리와 오레가노를 넣어 향을 낸다. 영국 가정에서 흔히 먹는 음식이다.
(6) 스웨덴-마제스
소금에 짭짤하게 절인 청어 요리. 한입 크기로 썰어 다진 양파와 미나리, 딜을 층층이 얹은 뒤 새콤한 식초 드레싱을 뿌려 8시간∼2일 정도 재웠다 차게 해서 먹는다. 딜은 미나리 맛이 나는 허브로 생선의 비린 맛을 없애준다. 마제스는 스웨덴식 뷔페 상차림인 스모르가스보드에도 빠지지 않고 오르는 인기 메뉴다. 스모르가스보드는 바이킹이 배에 비축해 둔 소금에 절인 청어와 연어, 빵을 한 상에 모아 차려놓고 나눠 먹은 것에서 비롯됐다. 마제스에 삶은 감자를 곁들이면 간단한 식사가 된다.
(7) 파라과이-엠파나다
동그란 파이 반죽에 고기나 치즈로 속을 채운 뒤 반으로 접어 구운 파이. 엠파나다는 스페인어 ‘엠파나’에서 왔는데 ‘감싸다’라는 뜻. 카리브 해 일대와 중남미, 필리핀 등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지역에서 요깃거리나 애피타이저로 인기가 높다. 하지만 엠파나다는 본래 중동 지역의 음식으로 8세기경 이베리아 반도를 정복한 아랍계 이슬람 교도인 무어인들에 의해 스페인에 전해졌다.
(8) 트리니다드토바고-카얄루 스튜
카얄루는 구근류인 타로의 하트 모양으로 생긴 잎. 이 스튜에는 카얄루 게 바다가재 새우 타로뿌리 코코넛밀크 등이 들어간다. 국민 음식으로 불릴만큼 대중적이다. 여러 가지 재료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타로 잎과 오크라는 꼭 들어간다.
C조
(9) 아르헨티나-아사도
두툼하고 넓적하게 썬 쇠고기 등심을 마늘, 발사믹 식초, 올리브 오일, 고춧가루, 오레가노, 화이트 와인으로 만든 양념에 재웠다가 숯불로 구운 요리. 아르헨티나는 닭에게 쇠고기를 준다고 할 정도로 쇠고기 생산과 소비가 많다. 그중 가장 인기 있는 음식이 아사도로 스페인어로 ‘굽다’는 뜻이다. 안심같이 연하고 맛있는 부위는 양념하지 않은 채 구운 뒤 소금을 가볍게 뿌려 먹어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10) 코트디부아르-마페이
쇠고기에 양파, 토마토 페이스트, 토마토, 마늘, 생강과 닭고기 육수를 넣고 걸쭉하게 끓인 스튜. 쇠고기 대신 닭고기를 넣기도 한다. 코트디부아르의 주식은 푸푸이며, 마페이는 푸푸에 곁들여 먹는 찌개인 셈이다. 토마토가 들어가서 색이 불그스름하고 시큼한 맛이 난다. 바닷고기나 민물고기를 소금 양파 피망 소스로 양념한 뒤 숯불에 굽는 음식도 즐겨 먹는다.
(11) 네덜란드-플라플립
라즈베리, 블루베리에 크림과 바닐라 커스터드, 카라멜 크림, 생크림을 층층이 올린 디저트. 딸기 대신 다른 과일을 넣기도 한다. 다양한 맛과 색이 섞여 있어 무지개처럼 보인다. 이 음식은 다양한 문화와 자유로운 정신을 자랑하는 네덜란드인에게 잘 어울린다. 네덜란드는 유제품이 발달되어 있으며 첨가물이 없는 플레인 요구르트로 유명하다.
(12) 세르비아몬테네그로-브람보락
감자를 갈아 밀가루, 우유, 소시지, 마늘을 넣고 기름에 둥글넓적하게 지져낸 요리. 브람보락은 체코의 전통음식이었으나 인근 지역으로 확산돼 동유럽과 발칸 지역에서 먹고 있다. 감자의 고향은 페루 칠레가 있는 안데스 고원지대인데 16세기 스페인 아일랜드 등 유럽으로 전파돼 밀에 버금가는 식품으로 자리 잡았다.
D조
(13) 멕시코-퀘사디야
납작한 밀전병 모양의 멕시코 빵 토르티야의 한 쪽에 익힌 고기와 콩, 치즈를 넣고 반을 접어 오븐에 구운 요리. 두 장의 토르티야 사이에 속 재료를 넣고 만들기도 한다. 사진은 오징어와 새우를 넣은 해산물 퀘사디야. 넣는 재료에 따라 다양한 이름의 퀘사디야가 된다. 퀘사디야는 스페인어로 치즈를 ‘퀘소(queso)’라고 하는 데서 유래됐다. 이탈리아 피자와는 달리 토마토 소스가 들어가지 않는다.
(14) 포르투갈-롬보 데 포르코 콤 피멘토
한입 크기로 썬 돼지고기를 마늘 양념에 재웠다가 피망을 넣고 부드럽게 익힌 찜. 마늘 향이 밴 돼지고기와 달착지근한 피망의 맛이 잘 어울린다.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는 이탈리아 제노바 출신이었으나 항해에는 스페인 이사벨라 여왕의 지원을 받았다.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이후 중앙아메리카가 원산지인 고추 토마토 감자 고구마 옥수수 파인애플 땅콩 칠면조 코코아 등이 스페인을 거쳐 유럽으로 전해지게 됐다. 고추를 중앙아메리카에서는 ‘칠리’로,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는 ‘피멘토’라고 부른다.
(15) 앙골라-팜 오일 빈즈
콩에 물을 넣고 끓여서 푹 익힌 뒤 야자유를 넣고 맛이 어우러지도록 끓인 것. 한국의 된장찌개처럼 앙골라의 식탁에 자주 오르는 음식이다. 이것을 카사바 가루로 만든, 반죽보다는 질고 죽보다는 된 ‘펀지’라는 음식과 함께 먹는다.
(16) 이란-케밥
케밥은 터키에서 유래된 음식으로 ‘구운 고기’를 가리킨다. 고기 생선 채소 등을 한입 크기로 잘라 양념한 뒤 꼬챙이에 꿰어 굽는다. 이란을 비롯한 중동지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케밥은 양고기 케밥이며 납작하게 구운 피타 빵과 요구르트, 토마토 샐러드를 곁들인다. 이란 케밥의 특징은 노란 향신료인 사프론이 즐겨 사용된다는 점이다. 케밥의 원조인 터키에서는 사프론을 쓰지 않는다.
E조
(17) 이탈리아-스파게티 봉골레
다진 마늘과 양파를 올리브 오일에 볶다가 화이트 와인과 모시조개를 넣고 가볍게 끓인 소스를 얹은 담백한 맛의 스파게티. 미나리 잎처럼 생긴 이탈리안 파슬리를 바로 다져서 얹으면 산뜻한 향과 푸른빛이 후각과 시각을 사로잡는다. 싱싱한 해물과 찬란한 햇빛이 농축시킨 허브의 향기, 색색의 채소들, 여기에 와인과 치즈가 더해져 탄생되는 지중해의 맛과 향기는 오감을 깨운다.
(18) 체코-굴라슈
쇠고기에 양파, 붉은 피망, 파브리카를 넣고 끓인 스튜. 쇠고기의 깊고 담백한 맛과 파브리카의 칼칼한 맛이 어우러진 세계적인 스튜 중 하나다. 굴라슈는 헝가리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소를 방목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대평원에서 방목을 하던 헝가리인들의 조상이 처음 개발했다는 뜻이다. 걸쇠에 솥을 걸어놓고 오랜 시간 은근히 끓여 깊은 맛이 우러나게 한다.
(19) 가나-반쿠
옥수수 반죽을 발효시켜 찐 음식. 냄새와 맛이 시큼털털해 한국의 술떡을 연상시킨다. 가나 사람들이 푸푸와 더불어 즐겨 먹는 주식으로, 호두알 크기로 떼어 토마토를 넣은 스튜나 수프와 함께 먹는다. 반쿠를 식혀서 넓적한 잎에 싼 것은 ‘켄케이’라고 부르고 카사바 반죽을 발효시켜 익힌 것은 ‘액플’이다. 반죽을 발효시켜서 먹는 문화가 특이하다.
(20) 미국-클램 차우더
대합과 야채를 넣고 걸쭉하게 끓인 수프. 영국에서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뉴잉글랜드 해안으로 건너온 초기 정착민들이 주변에서 흔한 해산물을 이용해 개발한 음식으로 미국의 역사가 담겨 있다. 보스턴이나 뉴포트에서는 손님을 클램 차우더로 맞이하고, 전송 식탁에도 이 요리를 낸다. 클램 차우더는 미국 가정의 대중적인 음식이다.
F조
(21) 브라질-모케카 데 카마로
왕새우에 토마토, 양파, 피망, 고수, 라임 즙, 코코넛 밀크, 팜유 등을 넣고 약한 불로 뭉근하게 끓인 스튜. 모케카는 생선, 새우, 조개 등 해산물로 만든 브라질식 스튜를, 카마로는 포르투갈어로 ‘새우’를 뜻한다. 브라질 요리에는 검붉은 색깔의 팜유가 사용된다. 여기에 코코넛 밀크가 더해지면 오렌지 빛이 도는 붉은색이 만들어진다. 고수는 중남미, 동남아, 카리브 해 등 열대 지역 요리에 두루 쓰이는 허브로 한번 맛을 들이면 중독성이 생길 만큼 향이 독특하다.
(22) 일본-비프 데리야키
쇠고기를 한 입 크기로 썰어 간장 생강 설탕 미린(조미용 술)으로 만든 양념에 재웠다 꼬치에 꿰어 불 위에서 구운 요리. 야키는 ‘구이 요리’를, 데리는 ‘반짝반짝 빛난다’는 뜻이다. 윤기의 주인공은 미린으로 생선 비린내를 없애는 효과도 탁월하다. 야키도리는 닭의 각종 부위로 만든 데리야키의 일종.
(23) 호주-래밍턴
네모난 스펀지케이크에 딸기잼이나 녹인 초콜릿을 발라 코코넛 가루에 굴린 케이크. 호주와 뉴질랜드 베이커리에서 흔한 케이크다. 이 케이크는 1890년대 후반 퀸즐랜드를 통치한 총독 래밍턴의 일화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있다. 래밍턴이 연회에서 스펀지케이크 조각을 어깨 너머로 던진 게 코코넛 가루가 담긴 그릇에 떨어졌다. 이때 어떤 사람이 초콜릿을 묻힌 케이크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래밍턴은 이를 싫어했다고 한다.
(24) 크로아티아-베프로 크네들로 젤로
구운 돼지고기에 만두와 시큼한 양배추 절임 사우어크라우트를 곁들인 음식. 베프로는 돼지고기, 크네들로는 만두, 젤로는 양배추 절임을 가리킨다. 유럽의 추운 지역에서 많이 먹는 채소 음식이 사우어크라우트다. 오랜 시간 바다에서 생활하는 뱃사람들은 비타민 C 결핍으로 인한 괴혈병을 경계해야 했다. 사우어크라우트는 이 병을 막는 음식이었다.
G조
(25) 프랑스-에스카르고
헬릭스포마티아라고 불리는 식용달팽이에 파슬리 마늘 셜롯으로 양념한 버터를 넣고 살짝 구운 요리. 쫄깃하면서도 부드럽게 씹히는 달팽이와 버터 소스의 맛이 일품이다. 헬릭스포마티아는 포도나무 잎을 좋아하기 때문에 와인으로 유명한 부르고뉴 지역의 달팽이가 특히 맛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랑스는 ‘유럽 음식 문화의 교차로’다. 프랑스 음식의 특징은 재료의 특성을 살리면서 고도의 기술을 구사한 아름다움과 세련된 맛에 있다.
세계 3대 진미로 알려진 푸아그라, 트뤼프(송로버섯), 캐비아는 프랑스 고전요리의 대표적인 식재료다. 푸아그라는 ‘기름진 간’이라는 뜻. 거위나 오리를 좁은 우리에 가두고 옥수수나 콩 사료를 많이 먹이면 간에 지방이 쌓여 본래보다 5∼10배로 커진다. 중후한 맛이 일품이며 트뤼프와 잘 어울린다. 트뤼프는 블랙 다이아몬드로 불리는데 재배를 할 수 없어 돼지나 개의 후각을 빌려 찾아낸다.
(26) 스위스-타르티플레트
얇게 썬 감자와 양파, 햄 또는 베이컨을 바닥에 놓고 그 위에 러블로숑 치즈와 체리 술을 뿌려 구운 것. 소박한 감자의 놀라운 변신이다. 굽는 동안 치즈가 녹아내리면서 노릇노릇 익는다.
스위스는 치즈의 나라다. 미키마우스가 좋아하는 구멍이 숭숭 뚫린 치즈는 에멘탈 치즈인데 ‘스위스 치즈’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알프스의 감자와 치즈 문화가 만나 자연스럽게 탄생된 음식이 바로 타르티플레트다. 스위스의 음식에는 치즈와 초콜릿이 사용된다. 퐁듀는 여러 치즈를 녹여 빵이나 구운 고기를 찍어 먹는 요리다. 오보말틴은 초콜릿 음료로 버터를 바른 빵 위에 뿌려 먹기도 한다.
(27) 토고-푸푸와 땅콩 수프
흑인 노예 무역의 본거지였던 아프리카 황금해안에 있는 가나와 베냉 사이에 연필 모양으로 끼여 있는 작은 나라 토고.
푸푸는 고구마 비슷한 구근류 ‘얌’의 껍질을 벗겨 삶아서 찧은 것인데, 호두 크기로 뭉쳐서 수프나 스튜에 찍어 먹는다.
땅콩수프는 다진 마늘과 양파를 기름에 갈색이 나게 볶다 토마토 페이스트, 땅콩버터, 육수를 넣고 풀어서 걸쭉하게 끓인다. 토고를 비롯한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푸푸나 밥에 곁들여 흔히 먹는다. 청양고추처럼 아주 매운 고춧가루인 카이엔 페퍼를 양념으로 사용해 고소하고 시큼하면서 매운맛이 난다. ‘푸푸-땅콩수프-카이엔 페퍼’의 음식은 한국의 ‘밥-된장찌개-고추’와 닮은꼴이다.
(28) 대한민국-비빔밥
비빔밥은 한국 전통의 밥과 나물 문화가 결합된 음식이다. 비빔밥에는 오색오미의 조화가 있고, 푸른 산천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 채식을 위주로 살아온 한국인의 기질이 담겨 있다. 고추장은 또 어떤가? 세계 여러 나라에 매운 소스가 많지만, 깊으면서 은근히 다가오는 매운맛은 고추장이 유일하다.
H조
(29) 스페인-파에야
마늘과 양파를 올리브유에 볶다 닭고기, 초리조 소시지, 새우, 홍합, 조개를 볶은 뒤 점성이 약한 쌀을 넣고 육수를 부어 지은 밥. 지중해에 접한 발렌시아 지방에서 유래돼 스페인의 국민 음식으로 자리잡았다. 양쪽 손잡이가 달린 납작한 팬을 파에야라고 한다. 이것이 요리 이름이 되었다.
(30) 우크라이나-보쉬
자줏빛 채소와 채를 썬 양배추를 넣고 끓인 수프. 러시아 폴란드 우크라이나에서 많이 먹는다. 흔히 ‘러시안 수프’라고 부르는 게 보쉬다.
비트가 들어가서 벽돌색에 가까운 붉은색을 띠며 맛도 진하다. 러시아 인근 지역에서 흔히 먹는 수프로 집이나 지역에 따라 부수적으로 넣는 재료가 다르다.
(31) 튀니지-메초우이아
피망, 토마토, 삶은 달걀, 참치 통조림, 케이퍼에 올리브 오일과 레몬즙으로 만든 드레싱이 어우러지는 지중해풍 샐러드. 애피타이저로도 먹고, 빵을 곁들이면 가벼운 점심이 되기도 한다. 특이한 것은 피망을 겉이 새까맣게 되도록 구워 껍질을 벗겨 사용하는 점이다. 구운 피망은 스모키 향이 나면서 달고 구수하다.
(32) 사우디아라비아-나다 알 다자이
닭을 큼직하게 잘라 기름에 지진 뒤 토마토 퓨레, 계피, 카다맘(생강의 일종)을 넣고 부드럽게 익힌 요리. 보통 쌀밥 위에 얹어 먹는다. 계피와 카다맘은 달콤한 향을 내는 향신료로 자칫 단조로워질 수 있는 이 요리에 신비한 악센트를 준다. 한국과 일본인들이 차진 자포니카 종을, 동남아와 중동에서는 건조한 인디카 종을 먹는다. 차진 쌀은 밥을 지을 때 전분이 배어 나와 더운 기후에서 쉽게 상하기 때문이다.
정리=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사진=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스타일링=사계절만찬
▼음식속엔 역사가 숨쉬고 있다▼
음식도 그렇다. 특정 지역마다 식(食)문화의 중심을 이루는 식재료가 있다.
곡물을 기준으로 세계 식문화는 쌀 채소 콩 위주의 아시아와 인도, 밀 고기 유제품 중심의 중동과 유럽, 옥수수 콩 채소의 중남미, 얌이나 카사바 같은 구근류와 땅콩 채소의 아프리카로 나눌 수 있다. 북미와 오세아니아는 유럽 스타일이 이식된 곳이다.
아시아인들은 쌀밥을 먹고, 콩으로 장을 만들고, 고기보다 생선 위주의 식사를 한다. 중동인들은 터번을 두르고 코란을 읽으며 케밥과 요구르트를 먹는다. 아라비아 반도의 유목민인 베드윈족과 중앙아시아에서 이주해 온 유목민들이 중동 문화의 뿌리를 이뤘기 때문에 그들의 음식 속에는 유목의 전통이 새겨져 있다.
유럽의 식문화는 라틴과 게르만 문화로 나뉜다. 라틴권은 이탈리아, 프랑스 남부, 이베리아 반도 등 지중해와 접한 지역으로 식물성 음식이 주를 이루고, 고기보다 해산물을 많이 사용한다. 밀빵 올리브유 포도주는 이 지역의 간판 음식. 여기에 허브와 치즈가 더해지면서 지중해의 맛은 다양하고 풍부해진다.
게르만권은 동유럽과 북유럽으로 불리는 유럽 내륙으로 육류와 유제품이 중심을 이룬다. 라틴권에서는 젖을 먹기 위해 양을 키우지만 게르만권에서는 육식을 위해 돼지를 키운다. 이 지역의 핵심 재료는 햄 소시지 버터 맥주다. 라틴과 게르만 식문화는 게르만족의 이동으로 서로 융합되면서 오늘날 유럽 음식문화의 바탕이 됐다.
터키 오스만제국의 등장은 중동과 발칸 반도, 북아프리카의 식문화를 터키라는 공통분모로 묶었다. 그래서 이 지역 어디에서든 꼬치구이 케밥, 터키 과자 바클라바, 납작한 피타 빵을 만날 수 있다.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지역은 구근류를 반죽으로 만들어 먹는다는 점이 특이하다. 에티오피아의 양치기 소년이 발견한 커피는 서유럽으로 전해져 영국과 프랑스에 카페 문화를 꽃피웠다.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은 세계 식문화의 일대 전환점이 됐다. 감자 고추 토마토 등 새로운 재료가 유럽과 아시아로 전해졌고, 유럽의 요리법이 신대륙에 상륙했다. 그 결과 세계의 식탁은 혁명적으로 바뀌었다. 유럽의 식탁에 으깬 감자가 등장했고, 장아찌나 동치미 형태였던 한국의 김치가 빨갛게 변했고, 토마토 소스를 넣은 파스타와 피자가 이탈리아에 등장했다.
이처럼 음식 속에는 삶과 역사, 문화가 깃들어 있다.
김희선 식생활 컨설팅 업체 ‘조이 미(Joy 味)’ 대표
hi-hsk@hanmail.net
▼월드컵 출전국의 음식을 맛보세요▼
○ 멕시코=‘카사마야’는 국내에 멕시코 음식을 본격적으로 소개한 곳이다. 멕시코 스타일의 인테리어에 퀘사디야, 브리토, 타코 등이 메뉴로 나온다. 계피 맛이 나는 쌀 음료인 오르차타도 있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 02-326-3250
‘카사로카’는 카사마야와 메뉴가 비슷하지만 패밀리 레스토랑 스타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점(02-541-5671), 영등포구 여의도점(02-780-8133).
‘판초스’와 ‘칠리칠리 타코’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있다. 판초스(02-792-4767)는 라임을 넣은 음료, 칠리칠리 타코(02-797-7219)는 다양한 타코로 유명하다.
○ 브라질=‘이파네마’는 브라질식 바비큐 전문 레스토랑이다. 주 메뉴는 ‘추라스키아’라고 불리는 꼬치 바비큐다. 쇠고기 돼지고기 양고기 닭고기 칠면조 등을 큰 꼬챙이에 꽂아 맥주 파 후추 로 양념한 뒤 숯불에 통째로 구워 나온다. 서울 중구 정동. 02-779-2756
‘세이아’에서도 브라질 음악과 인테리어 속에서 추라스키아를 만날 수 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02-547-6633
○ 중남미=‘쿠스코’는 다양한 중남미 음식이 메뉴로 나오지만 특히 페루 음식을 접할 수 있는 곳이다. 페루식 회인 세비테와 감자 크로켓 파파레에나가 나온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 02-334-6836
‘중남미 문화원’(www.latina.or.kr)은 박물관 미술관 조각공원을 통해 중남미의 다양한 문화를 배울 수 있는 곳이다. 파에야와 타코도 먹을 수 있다. 경기 고양시 덕양구 고양동. 031-962-7171
○ 기타=‘샬레 스위스’는 알프스 산장을 옮겨 놓은 듯 아늑한 분위기에서 퐁듀 요리를 제공한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02-797-9664
‘알리바바’(02-790-7754)와 ‘페트라’(02-790-4433)는 콩을 갈아 양념을 한 허머스, 고기와 야채를 다져 완자처럼 만든 팔라텔, 케밥 등의 아랍풍 음식을 내놓는다.
축구에서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키 플레이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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