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월드컵]‘전력 꼭짓점’은 토고전… 무리할 이유가 없었다

  • 입력 2006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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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슬로=김동주 기자
오슬로=김동주 기자
《주전 빼고 치른 노르웨이와의 평가전.

역시 답답했다. 우려의 시선들.

그러나 아드보는 태연하다.

“비긴 것을 크게 보도해 달라”

그가 큰소리 치는 이유는…》

차포 떼고 치른 원정경기. 피곤했다. 힘들었다. 답답했다. 휴∼비겼다.

슈팅수 6-12, 코너킥 1-4, 오프사이드 1-3, 파울 20-12가 말해주듯 한국이 한참 몰린 경기였다. 그렇다. 모든 것이 불편했다. 운동장은 딱딱하고 잔디는 짧았다. 한국 선수들은 자주 미끄러져 넘어졌다. 공이 빠르게 흐르는 데다 어디로 튈지 몰라 감을 잡기 힘들었다. 바로 이것이 원정경기의 어려움이다. 미리 분위기를 익혔다는 점에서 다행이었다. 더구나 상대는 거칠고 힘이 좋은 데다 신장까지 컸다. 노르웨이 선수들은 신체적 우위를 최대한 활용했다. 한방에 길게 찔러주는 롱 킥과 롱 스로인의 공중전으로 한국팀 문전을 끝없이 괴롭혔다.

한국 선수들은 몸이 무거웠다. 당연했다. 한국∼스코틀랜드∼노르웨이로 이어지는 ‘고난의 강행군’. 아무리 강철 같은 몸이지만 ‘파김치’가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것은 계획에 따른 것일 수 있다. 마라톤선수도 보통 대회 일주일 전에 컨디션이 최저점이 된다. 7∼9일 전 하루 50km 이상씩 달리는 강훈련으로 일부러 몸을 녹초로 만든다. 그리고 그 이후부터 가벼운 조깅으로 컨디션을 끌어올려 대회 날에 100%로 만든다.

한국 선수들은 4일 가나와의 마지막 평가전이 노르웨이전보다 더 힘들지도 모른다. 컨디션 최저점에서 가나전을 마친 뒤 독일로 이동해 13일 토고전에 맞춰 컨디션을 조금씩 끌어올릴 것이기 때문이다. 박지성 이천수 등 주전들을 쉬게 한 것도 다 이런 이유가 아닐까.

한국의 공격은 단조로웠다. 김상식-김두현-백지훈의 허리가 노르웨이의 미드필더진에 밀려 이렇다 할 볼 공급을 하지 못했다. 노르웨이보다 훨씬 강한 스위스나 프랑스의 포백을 뚫기엔 아무리 봐도 역부족. 역시 박지성이 절실했다. 박지성이 중원을 휘젓고 다녀야 공간이 생긴다. 오른쪽 설기현과 윙백 송종국이 조금씩 되살아나고 있다는 데 위안을 삼아야 했다.

호랑이는 사냥할 때만 발톱을 세운다. 지금은 몸을 낮추고 사냥감의 길목을 숨죽이고 지켜야 할 때다. 실망은 이르다. 굳이 무리할 필요가 없다. 전력을 모두 드러낼 필요도 없다. 모의고사는 모의고사일 뿐이다. 누가 뭐래도 한국의 ‘공공의 적 1호’는 1차전 상대인 토고다. 일단 토고를 이겨야 한다. 축구는 전쟁이다. 그리고 전쟁은 불확실성이다. 축구장에선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아무도 모른다. 실전에서 작전대로 되는 경우도 거의 없다. 전쟁에선 첫 판이 승패를 좌우한다. 한번 기세를 타면 아무도 못 막는다. 바람이 분다. 북이 울린다.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김화성 스포츠전문기자 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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