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개막이 다가오자 해외로 유학을 갔던 학생이 현지 인턴십 일정을 미루고 귀국하는가 하면 월드컵 기간에 잡혔던 해외출장 일정을 미루는 회사원도 잇따르고 있다.
월드컵을 좀 더 즐겁고 마음 편히 즐기려는 사람들이 자신의 중요한 일정까지도 과감히 바꾸고 있는 것.
1월부터 미국 미네소타대에서 1년 과정의 교환학생으로 유학 중인 장익준(26·연세대 정치외교학과 3년) 씨는 지난달 말 학기가 끝나자마자 귀국했다.
방학을 맞은 장 씨는 당초 12일부터 미국의 한 국제 구호단체에서 인턴으로 일하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장 씨는 “월드컵 응원만큼은 한국에서 해야 제 맛”이라는 생각에 구호단체의 양해를 얻어 인턴십 일정을 미루고 일시 귀국했다.
한 게임업체는 월드컵 때문에 해외출장 일정을 미룬 경우. 이 회사 간부들은 10일부터 2주간 남미지역을 돌며 시장조사를 할 계획이었으나 출장 일정을 7월 이후로 미뤘다.
이 회사 관계자는 “1년 전에 계획된 일정이라 미처 월드컵을 생각하지 못했다”며 “한국팀 성적을 봐 가며 출장 계획을 다시 짤 생각”이라고 말했다.
기말고사가 월드컵 기간과 겹친 대학생들은 마음 편히 월드컵을 보기 위해 교수에게 시험 날짜 변경을 요청해 허락을 받아 내기도 했다.
중앙대 학생 황모(25) 씨는 “교수님께 월드컵 개막 전에 시험을 보자고 말해 휴일인 현충일에 시험을 보기로 했다”며 “휴일에 시험을 보는 데 대해 일부 학생의 불만이 있긴 했지만 대다수 학생이 동의했다”고 전했다.
대학생 최종혁(21) 씨는 월드컵 일정을 고려해 일찌감치 군 입대 날짜까지 조정해 놓은 경우. 8월 7일 공군에 입대할 예정인 최 씨는 “공군은 대개 입영원을 내면 3개월 후쯤 입대한다는 얘기를 듣고 5월에 지원했다”며 “한국 대표팀의 성적이 좋을 경우 7월까지 경기를 계속 보려고 8월 입대에 맞춰 지원했다”고 말했다.
한 멀티플렉스 영화관은 토고전이 열리는 13일 오후 10시에는 전국의 84개 상영관에서 영화 상영 대신 토고전을 중계하기로 했다. 이 영화관은 상당한 액수의 매출액 감소를 감수한 채 토고전 중계 때 현재 진행 중인 월드컵 이벤트 당첨자들을 무료 입장시키기로 했다.
또 경기 구리시의 한 성당은 토고전이 열리는 13일이 평소 미사가 없는 날이지만 “월드컵은 여럿이 함께 봐야 더 신이 난다”는 신부의 제안으로 신자들이 예배 본당에 모여 함께 토고전을 응원하기로 했다.
한편 병무청은 전국적으로 12∼14일로 잡혔던 예비군훈련 일정을 토고전 다음 날인 14∼16일로 바꿨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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