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열린 가나와의 평가전에 나선 딕 아드보카트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의 표정이 그랬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여느 때와 달리 자주 그라운드 쪽으로 뛰어나가 선수들에게 손짓을 하며 소리를 질렀다. 벤치 한쪽에 어깨를 기대고 여유 있게 경기를 지켜보던 과거와는 완전히 달랐다.
검은색 버버리코트를 입은 아드보카트 감독은 한국이 위기에 처하거나 좋은 공격 찬스를 놓쳤을 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고 안타까운 듯 선수들을 주시했다. 공격과 수비라인에 문제가 있을 때도 거침없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선수들에게 고함을 질렀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특히 이을용에게 많은 것을 지시했다. 공격에 나갔다 수비로 전환할 때 자리를 빨리 잡으라는 지시였다.
한국 선수가 상대 선수와 몸싸움을 하는 과정에서 넘어질 때도 그라운드로 달려가 심판에게 강력히 항의했다. 전반 12분 이호가 상대 선수에게 차여 넘어졌고, 30분 김영철이 상대 공격수에게 밀려 심하게 넘어지자 도기 맥도널드 주심에게 왜 경고를 주지 않느냐고 강력하게 항의했다.
그만큼 이번 평가전은 중요했다. 13일 만날 토고를 가상한 마지막 평가전이라 총력전을 벌인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핵심 카드인 박지성과 이을용을 미드필드에 투입했다. 새로운 카드인 박주영을 왼쪽 공격수로 세웠고, 노르웨이전에 쉬게 했던 이천수를 오른쪽 공격수로 내보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김남일과 부상 중인 최진철을 선발에서 뺀 것 외엔 한국대표팀의 베스트 11을 투입한 셈이었다.
총력전을 펼치면서도 선수들의 부상을 막아야 했다. 최근 주전들이 줄줄이 부상하는 악재를 만났기 때문. 가나전에서 또 주요 선수가 부상한다면 전력에 큰 차질을 빚게 된다. 이런 상황인데도 플레이가 잘 풀리지 않고 선수들이 부상 위험에 빠지자 그가 흥분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이을용이 후반 6분 동점골을 뽑아내자 잠시 미소를 지었지만 얼굴 표정은 경기 내내 대체로 침울했다.
에든버러=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가나전 이모저모…런던서 8시간 밤새우며 달려와 응원
○…에든버러 이스터로드스타디움은 영국 전역에서 몰려온 한국 원정 응원단의 ‘대∼한민국’ 함성으로 가득 찼다. 런던에서 밤새 달려온 ‘유학생 붉은악마’가 바로 그들. 런던 유학생들은 현지 시간으로 전날 오후 11시경 출발해 8시간 넘게 버스를 타고 에든버러에 도착했다. 맨체스터와 리버풀, 그리고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도 교민과 유학생들이 집결해 한국 응원단 규모는 2000명에 달했다. 1만7500명을 수용하는 경기장의 본부석 반대편 관중석을 가득 메웠다. 한국 응원단은 대부분 붉은색 복장으로 통일해 노란색 계통의 의상을 입은 가나 응원단과 대비됐다. 한국은 응원 도구로 꽹과리와 삼지창 등을 동원해 경기 내내 ‘오 필승 코리아’, ‘아리랑’, ‘레즈 고 투게더’ 등 응원가를 불렀고 가나 응원단은 아프리카 토속 음악으로 맞섰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이영표(토트넘 홋스퍼)가 경기를 앞두고 라커룸에서 PSV 에인트호번(네덜란드) 시절 한솥밥을 먹던 옛 동료 에릭 아도(PSV 에인트호번)와 반갑게 해후했다. 가나대표팀 수비수인 아도는 2004년 2월 1일 에인트호번에 입단해 박지성 이영표와 1년 이상 동고동락했다. 세 명은 라커룸 앞에서 5분여 동안 서로의 안부를 묻는 등 즐겁게 대화를 나누다 선전을 다짐한 뒤 헤어졌다. 아도는 올 시즌 주전 수비수로 20경기에 출전해 1골을 넣었다.
에든버러=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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