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불고기 등 한식메뉴 완벽”
쾰른 중앙역에서 20분. 택시는 완만한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다. 바로크풍의 웅장한 고성이 눈앞에 들어왔다. 태극기가 독일 국기와 나란히 나부꼈다. 종업원들이 또렷한 발음의 우리말로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옷깃마다 태극기와 독일기가 교차된 배지가 달려 있었다.
6일 한국축구대표팀이 입성하는 슐로스 벤스베르크 호텔을 4일 찾았다.
“우리 호텔은 유럽 전역의 축구팀에 명소로 알려져 있습니다. 쾰른 공항이 가깝고 뒤셀도르프, 도르트문트 등 여러 명문 구장에서 한 시간 이내의 거리입니다. 무엇보다 객실과 스파를 비롯한 모든 시설이 편하죠.”
지배인 쿠르트 바그너 씨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레알 마드리드 같은 팀도 근방에서 경기를 할 때면 꼭 우리 호텔을 찾는다”고 자랑했다.
1710년경 뒤셀도르프 선제후였던 요한 빌헬름 2세는 부인 마리아 루이자를 위해 인근 평원이 아득히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프랑스의 베르사유궁을 본떠 성을 짓기 시작했다. 1716년 선제후가 죽자 부인은 친정인 이탈리아로 돌아갔다. 건물은 미완성인 채 사관학교, 병원 등으로 쓰이다 2000년 최고급 호텔로 개조됐다.
이 호텔의 숙박료는 최고급 객실이 하룻밤 1800유로(약 210만 원). 최저 등급 객실도 210유로(약 26만 원)에 이른다. 안락한 스파도 자랑거리. 찜질과 마사지 사우나 등의 최신 시설이 호사스러운 느낌까지 준다. 바그너 씨는 “선수단 세러피스트와 상의 아래 선수들이 모든 시설을 이용해 근육 피로를 풀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호텔의 모든 종업원은 4월 23일 쾰른한인회(회장 황종택)가 주최하는 한국 역사 특강을 받았다. 한국어 인사말도 숙달할 때까지 연습했다. 독일에서 1급 요리사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주방장 마르쿠스 그라운 씨는 교민의 지도에 따라 김치 담그기를 ‘밭에서 배추 베기’부터 상세히 익혀야 했다. 불고기 갈비 등도 완벽하게 전수했다.
특강을 주선한 이 호텔 유일의 한국인 직원 정복영(서비스 매니저) 씨는 “월드컵이 다가오자 종업원들이 한국 팀에 관한 작은 소식만 들어도 반가워하며 전해 준다”며 “한국인의 선전을 기원하는 점에서 거의 ‘준한국인’들이 됐다”고 귀띔했다.
쾰른한인회는 ‘외부인 선수 접촉 금지’와 ‘음식물 직접 제공 금지’를 규정한 국제축구연맹(FIFA)의 조치에 따라 선수단 체류 중에는 조용한 ‘마음의 응원’을 펼치기로 결정했다. 황종택 회장은 “13일 토고전에는 교민들이 전세버스를 이용해 프랑크푸르트로 이동하고 재독한인회가 주최하는 응원전에 합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쾰른=유윤종 특파원 gustav@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