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기자의 히트&런]패배는 감독만의 책임?

이순철 LG 감독이 5일 중도하차했다. 그런데 명문 구단을 자부했던 LG가 지금 이 모양이 된 것이 모두 감독의 책임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

이 감독이 물러난 데는 2∼4일 두산과의 잠실 3연전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LG는 무기력한 경기 끝에 3경기 모두 졌다. 경기는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다. 문제는 내용이다.

3일 이 감독은 퇴장을 당했다. LG가 0-1로 뒤진 4회말 수비에서 심판의 스트라이크 볼 판정을 두고 실랑이를 벌이다가 퇴장 판정을 받았다. 올 시즌 감독 첫 퇴장이자 개인적으로는 감독 3년 만의 첫 퇴장.

이 감독은 당시 상황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스트라이크 볼 판정은 심판의 고유 권한이라는 것을 알지만 물러설 상황이 아니었다. 팀의 기가 꺾이면 안 되기에 내가 퇴장을 당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감독이 이렇게까지 했으면 다음 차례는 선수들이다. 제대로 된 팀이라면 선수들의 오기가 발동해야 한다. 이기지는 못해도 근성은 보였어야 한다. 그런데 LG 선수들은 ‘강 건너 불구경’이었다. 무기력증은 계속됐고 1-2로 졌다. 다음 날 역시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2-5로 졌다.

이 감독은 ‘여기가 끝’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올해 LG의 캐치프레이즈는 ‘팀 퍼스트(Team First) 2006’이지만 LG 선수들은 절대 팀을 우선시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감독의 퇴장이 선수들을 하나가 되게 한 대표적인 사례는 1999년의 한화다. 시즌 초반 하위권이던 한화는 5월 21일 이희수 감독이 구심을 폭행해 12경기 출장 정지 중징계를 당한 뒤 전혀 다른 팀이 됐다. 한화는 결국 그해 우승까지 차지했다.

선수들을 하나로 만드는 것 역시 감독의 몫이라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 이순철 감독은 야인이 된 첫날 물러난 이유에 대해 “팀에 계기가 필요한 것 같아서…”라고 했다.

LG는 2000년 이후 이광은→김성근→이광환→이순철까지 계속해서 사령탑만을 갈아 치웠다. 그러나 본질적인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팀 분위기가 바뀌지 않으면 LG의 미래는 없다. 언제까지 ‘신바람 야구’ 타령만 되풀이하고 있을 것인가.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