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악마 “처음처럼”

  • 입력 2006년 6월 6일 03시 03분


붉은악마 2006년 월드컵 후원내용
업체후원액(원)
KTF3억8000만
현대자동차3억8000만(8000만 원은 현물 지원)
네이버1억
후원비 용처
축구 쉼터 운영비, 인건비, 응원물품 보관료배송료, 대의원회의 진행비, 홈페이지 관리비(연간 운영비 약 1억 원)

한국 축구의 ‘12번째 국가대표’ 붉은악마가 상업성 논란에 마침표를 찍었다.

대기업 후원, 공식 응원셔츠 판매 등을 놓고 일부 축구팬으로부터 “초심을 잃고 상업적으로 변질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붉은악마는 5일 홈페이지(www.reddevil.or.kr)에 올린 ‘신 붉은악마 선언’을 통해 “앞으로 금전적 후원계약을 맺는 단체는 더는 붉은악마가 아니다. 현재 진행 중인 후원계약이 끝나면 앞으로 기업체를 비롯한 어떤 집단의 금전적 후원도 받지 않고 수익사업도 금지키로 했다”고 밝혔다.

붉은악마는 현재 현대자동차 KTF 네이버와 후원계약을 맺고 있다. 올해가 가기 전에 계약기간은 모두 만료된다.

모든 금전적 후원을 받지 않기로 한 만큼 붉은악마의 활동은 크게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홈페이지부터 저비용 구조로 바꾸고 사무실이 있는 서울 대학로의 축구쉼터도 조만간 폐쇄하기로 했다. 통장에 적립해 둔 운영비 4억 원과 축구쉼터 보증금 1억6000만 원은 축구 발전을 위해 기부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월드컵이 끝나고 논의할 예정.

보관과 운송 등에 비용이 들어가는 대형 태극기 응원과 화려한 카드섹션도 앞으로는 보기 힘들어질 듯하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 기간 중 계획했던 이벤트는 예정대로 진행한다.

붉은악마 행정간사 김정연(33) 씨는 “솔직히 그동안 무척 힘들었다. 많은 분이 붉은악마의 새로운 퍼포먼스를 기대하면서도 돈은 한 푼이라 받으면 안 된다고 하신다. 상주 직원인 나만 빼놓곤 모두 자원봉사자다. 축구가 좋았을 뿐이지 대가를 바라거나 하진 않았는데 결과적으로 상업화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비판의 적절성 여부를 떠나 아예 비판받을 가능성을 없애겠다는 데 18명의 대의원이 만장일치로 동의했다”고 말했다.

1995년 축구 동아리로 출발해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수십만 명의 회원이 가입한 거대 조직으로 성장한 붉은악마는 “가진 것을 모두 털어버리기로 해 자유롭다”며 “앞으로 다른 응원단과 경쟁하는 조직으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오 필승 코리아’ 저작권 놓고 붉은악마, 작곡자 상대 소송

축구국가대표팀 공식 서포터스인 붉은악마는 월드컵 응원가 ‘오 필승 코리아’의 작곡자 이모 씨와 한국음악저작권협회를 상대로 저작권 확인 및 5000여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최근 서울중앙지법에 냈다고 5일 밝혔다.

‘오 필승 코리아’는 2002년 월드컵 당시 가수 윤도현 씨가 부른 뒤 국민적 호응을 얻어 ‘월드컵 응원가’로 널리 알려진 노래다.

붉은악마는 소장에서 “‘오 필승 코리아’는 1990년대 중후반부터 붉은악마가 축구장에서 불렀던 응원가”라며 “1997년 붉은악마 응원가 CD에도 수록됐고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도 메인 응원가로 사용된 만큼 노래의 저작권은 붉은악마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작곡가 이 씨는 “구전으로 내려온 응원 구호임은 인정하지만 이를 가창곡 형태로 만든 나에게 곡에 대한 저작권이 있다”고 말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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