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월드컵]“기죽지 마”… 아드보, 선수들과 패싱게임

  • 입력 2006년 6월 7일 03시 00분


‘토고를 이기기 위해서라면….’

평소의 그가 아니었다. 한국축구대표팀의 딕 아드보카트 감독. 근엄하게 무게를 잡던 그가 기죽어 있는 태극전사들의 사기를 올리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독일 쾰른으로 떠나기에 앞서 6일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머리파크에서 열린 대표팀의 스코틀랜드에서의 마지막 훈련. 아드보카트 감독은 훈련을 시작하기 전에 그라운드에 둥그렇게 서 있는 선수들에게 “실망하지 말고 지난 일은 잊어라. 토고전 승리를 위해 우리 다시 뛰자”며 새로운 출발을 주문했다. 전날 아프리카의 복병 가나와의 평가전에서 1-3으로 패해 시무룩해 있는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 주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훈련 중 선수들의 얼굴이 좀처럼 펴지지 않자 감독이 직접 나섰다. 선수 컨디션에 따라 세 그룹으로 나뉘어 열린 훈련에서 이을용과 박지성 박주영 김영철 이영표 등이 훈련하는 쪽에 참여해 패싱 게임을 함께했다. 볼을 뺏는 2명의 선수를 안에 두고 나머지 선수들이 사각형을 이뤄 볼을 원터치로 돌리는 게임. 아드보카트 감독은 아프신 고트비 코치와 함께 볼을 돌리며 선수들과 어우러졌다. 안에 있는 선수 2명에게 볼을 뺏기지 않으면서 50번이 넘게 패스를 이어가자 “너무 잘한다”고 흥분했고 감독이 활짝 웃으며 볼을 열심히 돌리자 선수들 얼굴에서 웃음꽃이 피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선수들이 훈련한 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볼을 일일이 장비 담당에게 정확하게 차 주며 핌 베르베크 수석코치와 페르헤이연 트레이너 등에게 “나 잘하지”라면서 농담도 걸었다. 선수들은 감독의 이런 모습에 얼굴이 확 펴졌다.

글래스고=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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