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고 많은 월드컵 징크스 중 유독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하는 것이 바로 개막전 징크스다.
2002 한일 월드컵까지만 해도 개막전의 주인공은 전 대회 우승팀. 그런데 전 대회 우승팀은 전통적으로 개막전 무대에만 서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기 일쑤였다.
개막전 징크스가 시작된 것은 1974년 서독 월드컵부터. 1970년 대회 우승팀 브라질은 유고슬라비아와의 첫 경기에서 졸전 끝에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 때도 전 대회 우승팀 서독이 폴란드와 0-0으로 비기더니 1982년 스페인 월드컵 때는 1978년 우승팀 아르헨티나가 벨기에에 0-1로 패했다.
가장 최근인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도 전 대회 우승국 프랑스가 약체로 평가되던 세네갈에 0-1의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1974년 이후 8번의 대회 동안 전 대회 우승팀은 개막전에서 2승 3무 3패의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이번 독일 월드컵이 이전 대회와 다소 다른 점은 개막전에 전 대회 우승국 대신 개최국이 나선다는 것. 그래서 2002년 월드컵의 우승팀 브라질이 아니라 개최국 독일이 10일 오전 1시 북중미의 강호 코스타리카를 상대로 개막전을 벌인다.
그렇다면 독일은 개막전 징크스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우승한 독일(당시 서독)은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볼리비아와 개막전을 치렀다. 결과는 1-0 승리. 1998년 프랑스 월드컵 개막전에서 스코틀랜드에 2-1로 승리한 브라질과 함께 드물게 개막전 징크스에서 자유로웠다.
특히 독일은 최근 월드컵에서 비유럽권 국가를 상대로 아주 강한 모습을 보여 왔다는 유쾌한 징크스도 있다. 독일은 1990년 아르헨티나와의 대회 결승전에서 승리한 뒤 2002년 한일 월드컵 결승전에서 브라질에 질 때까지 비유럽권 국가를 상대로 무려 11연승을 기록했다.
코스타리카 폴란드 에콰도르와 함께 본선 A조에 속한 독일은 1990년 이후 16년 만의 우승을 노리고 있다. 이래저래 눈길을 끄는 개막전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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