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이천수) 압박!”
독일 레버쿠젠 바이아레나의 한국축구대표팀 훈련장. 딕 아드보카트 감독과 핌 베르베크 수석코치 등은 “압박”을 입에 달고 산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서너 명이 벌 떼처럼 달려들어 세계적인 스타플레이어를 꼼짝 못하게 한 게 4강 신화의 원동력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코칭스태프는 선수들을 쫓아다니며 한국말로 “압박”을 외친다.
압박은 대표팀의 훈련 키워드다. 그동안 평가전에서 졸전을 벌인 게 미드필드의 압박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판단. 중원에서 압박이 되지 않으면 경기의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무너지게 돼 있다. 노르웨이, 가나 전이 대표적인 예.
선수들도 압박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수비형 미드필더 이을용은 “프랑스가 제 아무리 세계적인 팀이라도 두세 명이 협력 플레이를 펼쳐 압박을 한다면 충분히 꺾을 수 있다”고 자신한다. 같은 포지션인 이호도 “압박이 중요하다는 것을 선수들도 잘 알고 있다. 압박만 잘되면 토고는 물론 프랑스 스위스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9일 열린 훈련. 골키퍼를 제외하고 조원희-송종국-김동진-이영표-김상식 조, 김남일-안정환-박주영-김두현-정경호 조, 설기현-최진철-김진규-백지훈-김영철 조, 이을용-이호-조재진-이천수-박지성 조 등 4개조로 나눠 3분 동안 숨쉴 틈 없이 압박하는 미니게임을 실시했다. 이 훈련은 압박 능력도 키우고 반대로 압박을 당하는 상태에서 슈팅까지 시도하는 훈련으로 골 결정력을 키울 수 있다. 3분간 짧지만 강도 높게 뛰고 3분 쉬는 식으로 계속 반복해 인터벌 트레이닝 효과로 체력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다. 다목적 훈련 카드인 셈이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남은 시간은 짧지만 선수들 체력이 올라오고 압박 능력도 좋아지고 있어 13일 토고 전에서 멋진 경기를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쾰른=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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