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기도 하면서 야구까지 잘하면 좋으련만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 두 가지를 모두 갖춘 대표적인 선수는 일본 요미우리에서 뛰고 있는 이승엽(30) 정도. ‘모범생’보다는 당찬 스타일이 야구를 잘한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서두가 길어진 것은 한화의 ‘특급 루키’ 유현진(19)을 말하기 위해서다.
유현진은 야구를 아주 잘한다. 12일 현재 투수 3대 메이저 타이틀인 다승(9승), 평균자책(2.16), 탈삼진(91개)에서 모두 1위를 달리고 있다. 오랜만에 나온 대형 왼손 투수감이다.
뛰어난 야구선수 유현진은 기질로 볼 때 여느 선수와는 분명 다르다.
유현진이 시즌 초 2승쯤 했을 때의 일이다. 한 기자가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인사말을 미처 알아듣지 못한 유현진은 대뜸 “누구시라고요”라고 한마디를 날렸다. 고교를 갓 졸업한 19세 소년으로 어지간한 강단이 아니라면 좀처럼 나올 수 없는 반응이다.
운동장에서도 유현진은 언제나 당당하다. “(10억 원을 받고 입단한 KIA의) 한기주보다는 잘하고 싶다” “신인왕을 절대 놓치고 싶지 않다” “김진우(KIA) 선배가 17승을 했다면 난 18승을 하고 싶다” 등 도발적인 발언을 계속했다.
여기서 의문 하나. 만약 유현진이 한화 소속이 아니라면 지금처럼 야구를 잘할 수 있었을까.
고교 시절 유현진을 유심히 관찰했던 프로 구단 스카우트들은 이구동성으로 “유현진이 팀과 감독을 잘 만났다”고 말한다. 유현진은 좋게 보면 배짱이 두둑하고 당돌하다. 보기에 따라서 도전적이고 공격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유현진이 ‘믿음의 야구’를 펼치는 김인식 감독을 만난 것은 더 없는 행운이다. 김 감독은 선수 자신이 가진 역량을 모두 펼쳐 보이게 하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덕장이다.
한화의 팀 분위기 역시 그렇다. 선후배 간 위계질서가 그렇게 엄하지도 않다. 코칭스태프의 지도 방식 역시 자율적이다.
팀이나 감독과 궁합이 맞지 않아 고전하는 선수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괴물 투수 유현진’은 본인의 능력과 감독 및 팀의 조화가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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