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이름이 ‘날개 달린 발’이란 뜻이지만 16일 열린 1라운드에서 출전 선수 대부분은 날개가 아니라 무거운 족쇄를 단 것 같았다.
코스가 워낙 까다로워 156명 가운데 단 1명만이 언더파를 기록한 것. 80대의 민망한 스코어를 낸 선수도 22명에 이르렀다. 첫날 평균 타수는 76타.
첫 라운드의 승자는 ‘선수’가 아니라 ‘코스’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1974년 US오픈 때 무려 7오버파 287타의 우승 스코어를 내며 ‘대학살’이란 표현을 들었던 이 골프장이 다시 한번 악명을 떨친 것.
부친상으로 9주를 쉬고 필드에 복귀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즈는 3만8000여 명의 갤러리가 몰려든 가운데 1∼3번 홀에서 연속 보기로 불안하게 출발하더니 공동 68위(6오버파 76타)에 그쳤다. 우즈의 스코어는 프로 데뷔 후 메이저대회 1라운드에서 기록한 최악의 성적. 버디 2개에 더블보기 1개와 보기 6개를 했다.
퍼트 난조에 시달린 우즈는 세 차례만 티샷을 페어웨이에 떨어뜨렸을 뿐 길고 억센 러프와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했다.
우즈는 “사람들이 모두 측은한 눈길을 보내는데 나는 오로지 우승을 향해 경기에만 전념할 뿐”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공동 15위였던 ‘탱크’ 최경주(나이키골프)도 퍼트 수가 36개까지 치솟으며 버디 없이 보기만 6개를 해 우즈와 동타를 이루는 데 그쳤다.
반면 유럽 투어의 강자로 꼽히면서도 메이저대회에서 1승도 없는 콜린 몽고메리(스코틀랜드)는 단독 선두(1언더파 69타)에 나서는 저력을 보였다.
메이저대회 3연승에 도전하는 필 미켈슨(미국)은 짐 퓨릭(미국), 미겔 앙헬 히메네스(스페인) 등과 선두에 1타 뒤진 공동 2위(이븐파 70타)에 올라 순조롭게 출발했다. 비제이 싱(피지)은 공동 7위(1오버파 71타).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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