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있을 때 프로야구를 담당하기도 했던 그 기자는 단호하게 말했다. “이승엽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 실패할 확률이 99.9%다”라고.
근거는 두 가지였다. 이승엽은 “롯데에 남겠다”던 약속을 어겼기 때문에 집중 견제를 받을 것이라는 게 첫 번째였다. 두 번째는 요미우리의 ‘텃세’였다. “일본 사람들은 일본 야구의 상징인 요미우리에서 이승엽이 잘하기를 바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기야 당시 이승엽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사부’인 김성근 일본 롯데 코치조차 비슷한 이유로 이승엽의 요미우리행을 만류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 기자의 말대로 0.1%의 가능성으로 요미우리 생활을 시작했던 이승엽은 4개월이 지난 지금 요미우리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어 있다.
18일까지 그는 23개의 홈런으로 센트럴리그 1위다. 타율은 0.331이고 타점은 51점이나 올렸다. 성적에서 그를 넘는 요미우리 선수는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집중 견제 속에 올린 성적이라 더욱 눈부시다. SK 포수 박경완이 말했듯이 “일본 투수들은 이승엽에게만은 맞기 싫다”는 식으로 공을 던진다. 좀처럼 좋은 공을 주지 않고, 몸쪽 위협구도 종종 던진다.
그래도 이승엽은 당당하다. 위협구에 뒤로 넘어질 뻔했다가도 다음 공을 노려 쳐 홈런을 만든다. 18일 라쿠텐과의 경기 중 6회 2사 1, 3루에서 감행했던 기습 번트도 자신감이 있기에 가능한 플레이다.
이승엽은 텃세도 슬기롭게 극복했다. 다른 외국인 선수와는 달리 그는 언제나 겸손하다. 자신보다는 항상 팀과 동료를 앞세운다.
18일 번트 때 본헤드 플레이를 한 3루 주자 스즈키 다카히로에 대해 이승엽은 “뜻밖의 번트로 3루 주자가 놀랐나 보다. 먼저 이야기를 해주었으면 성공했을 것”이라고 했다.
11일 롯데전에서 1루 주자 오제키 다쓰야의 ‘누의 공과’로 홈런을 잃어버리고도 “하루빨리 오제키가 그 사건을 잊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런 그에게 누가 텃세를 부릴 수 있을까. 보면 볼수록 대단한 이승엽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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