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은 이날 새벽 4시 스위스를 상대로 2006 독일 월드컵 16강 진출의 사활이 걸린 일전을 치른다.
지면 탈락. 비길 경우 토고가 프랑스를 상대로 '선전'해 주길 기도하는 수 밖에 없다. 무조건 이겨야 안심할 수 있는 절박한 상황. ‘12번째 선수’ 붉은 악마의 함성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이유다.
그런데 이게 웬일.기상청은 20일 청천벽력 같은 예보를 내놨다. 그날 전국에 장맛비가 내린다는 것. 대부분의 매체들은 장맛비로 인해 그날 거리응원이 힘들 것 같다는 전망 기사를 쏟아냈다.
붉은 함성은 멈추지 않는다(2002월드컵 빗속 응원전 모습)
과연 그럴까? 붉은 악마가 누군가?
이미 여러 차례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불굴의 의지를 보여줬던 그들이 아닌가.
토요일 새벽. 그들은 장맛비가 내리든 말든 붉은 옷을 입고 서울 광화문, 부산 아시아드 경기장 광주 전남대 후문 집결할 것이다.
특히 스위스와의 대결하는 24일은 학교와 공공기관 등이 쉬는 마지막 주 토요일인데다 상당수 대학들도 방학이 시작되는 시점. 따라서 거리응원에 나설 인원은 평일이었던 지난 프랑스전 70만 명과 지난 13일 토고전의 260만 명을 훨씬 뛰어넘을 전망이다.
실제 주요 포털 사이트의 인터넷 카페 등에는 24일 단체응원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지고 있다.
물론 장맛비로 인해 예상보다 적은 인파가 응원전을 펼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하지만 경기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그럴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청 관계자는 “토요일 새벽 비가 내린다고 하더라도 프랑스전 당시 69만 명 정도는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02년 한ㆍ일 월드컵에서 한국-미국전이 열린 날 폭우 속에서도 전국 80여 곳에서 68만여 명의 시민들이 거리응원을 펼친 전례도 있다.
그 당시 (2002년 6월10일 오후 3시 30분) 우리나라의 평균기온은 23.3도였다. 비가 내려 몹시 추울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오히려 비가 뜨거운 한 낮의 열기를 식혀주는 역할을 했던 것. 당시 동영상에서 광화문 주변에 모인 '붉은 악마'들이 쏟아지는 비를 전혀 아랑곳 않고 응원에 열중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당시는 뜨거운 대낮이었고 이번에는 하루 중 기온이 가장 낮은 시간이어서 비를 맞고 응원을 하면 몸에 무리가 올 수 있다.
24일 새벽 기온은 어떨까. 예년 평균을 고려하면 14도에서 20도. 지역에 따라 추위를 느낄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활동하기 딱 좋은 기온이다.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비가 온다고 해서 기온이 더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 연세대학교 대기과학과 홍성유 교수는 “낮과 달리 새벽의 경우에는 비가 오더라도 기온에는 큰 영향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온이 얼마나 떨어질지는 아무도 모를 일. 더군다나 오랫동안 비를 맞다보면 체감온도는 훨씬 더 낮아질 수 있다. 따라서 거리응원을 잘 하려면 갑자기 떨어지는 기온과 체감온도 저하에 신경을 써야 한다.
더욱이 외부 바람과 한기에 노출된 피부가 열을 뺏길 때 느끼는 체감온도는 대기 기온보다 5℃ 이상 내려갈 수 있다.
또한 갑자기 추운 공기에 노출될 경우 모세혈관이 수축하고 혈압이 상승한다. 예를 들어 기온이 1도씩 떨어질 때마다 수축기 혈압은 1.3mmHg, 확장기 혈압은 0.6mmHg 정도 상승한다.
박용우 박사(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는 “빗속에 오래있을 경우 건강한 사람도 몸에 탈이 날 가능성이 높다”면서 “비는 안 맞는 게 최선”이라고 충고했다.
그는 “그래도 우중 응원전에 참가하려면 비옷은 반드시 입고 체온을 유지 할 수 있도록 비옷 속에 얇은 옷을 여러 겹 껴입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붉은 함성은 멈추지 않는다(2002월드컵 빗속 응원전 모습)
박해식 동아닷컴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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