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朴민국!…박지성 vs 포겔 내일 새벽 운명의 대결

  • 입력 2006년 6월 23일 03시 01분


《가까웠던 동료였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순간에 맞수로 대결한다. 24일 오전 4시(한국 시간) 독일 하노버 AWD아레나에서 열리는 2006 독일 월드컵 G조 한국-스위스전. 16강 진출 여부가 결정되는 이 중요한 한판에 태극전사들은 “죽도록 뛰겠다”며 필승을 다짐하고 있다. 스위스는 자무엘 슈미트 대통령이 선수단의 숙소와 경기장을 방문할 정도로 국민적 성원을 보내고 있다. 대격돌의 한가운데서 한국의 박지성(25·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스위스의 요한 포겔(29·AC밀란)이 맞대결한다. 한때 같은 프로팀(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번) 소속이었으나 이날은 조국 팀의 운명을 책임질 핵심선수로 충돌한다.》

박지성은 스위스전을 앞두고 열린 선수단 공동 인터뷰에서 스위스와 독일 기자들이 ‘스위스 선수 중에 누구를 가장 경계하느냐’는 질문에 “요한 포겔”이라고 대답했다.

○ 히딩크의 에인트호번서 한솥밥… 동지서 적으로

그는 지난해 12월 월드컵 조추첨 이후 요주의 스위스 선수를 지목해 달라는 질문에 줄곧 “포겔”이라 답해 왔다.

박지성과 포겔은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번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박지성은 2003∼2005년, 포겔은 1999∼2005 시즌까지 에인트호번에서 뛰었다.

그래서 둘은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안다. 눈빛만 봐도 상대방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다.

박지성은 ‘공격형 미드필더’ 또는 ‘측면 공격수’, 포겔은 ‘수비형 미드필더’로 그라운드에서 맞붙는다. 박지성과 포겔에게는 둘 다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이 있다. 박지성이 ‘산소탱크’라면 포겔은 ‘세 개의 심장’이다. 포겔은 월드컵 유럽예선의 전 경기를 90분 풀타임으로 소화했다. 프랑스와 토고전에서도 전후반을 모두 소화했다.

경기 전체에 관여하는 ‘마당발 스타일’도 비슷하다. 박지성은 공격, 미드필더, 수비까지 그라운드를 휘저으며 경기 전반을 조율하고 포겔은 스위스의 수비와 공격이 시작되는 ‘꼭짓점’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박지성이 ‘무명’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실력과 경험을 쌓아올린 대기 만성형이라면 포겔은 어려서부터 탁월한 ‘축구 천재’로 불린 엘리트다.

○ 둘 다 공격-수비의 핵… 막느냐 막히느냐

포겔은 15세에 프로구단에 입단했고 18세에 대표팀에 선발됐다. 스위스 리그 타이틀을 3번이나 제패했고 1999년 PSV 에인트호번에 입단한 포겔은 첫 시즌에 ‘네덜란드 올해의 선수’에 뽑혔다.

포겔은 ‘저격수 잡는 미드필더’로 통한다. 악착같은 근성과 왕성한 힘, 능란한 강약 조절이 장점. ‘젊은 피’가 주축이 된 알프스 군단이 위기에 몰려도 흔들림 없이 안정감 있게 경기를 하는 것은 포겔이 무게중심을 잘 잡아 주기 때문이다.

상대 공격의 맥을 끊는 능력뿐 아니라 공격의 대부분도 그로부터 시작한다.

앞선 2경기에서 스위스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104회의 볼 터치를 기록했고 87차례의 패스 가운데 75번이 정확히 동료 선수들에게 연결됐다.

스위스전이 63번째 국제경기인 박지성에게는 ‘요주의 선수’ 포겔을 누르는 중요한 임무가 맡겨졌다. 박지성에게는 포겔에서 시작하는 공격 루트를 차단하는 임무와 포겔의 차단을 뚫고 한국의 공격을 이어 가는 임무가 동시에 맡겨졌다.

포겔을 막느냐, 포겔에게 막히느냐. 스위스전의 성패가 달려 있다.

하노버=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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