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제자 ‘작은 장군(little general)’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축구라는 전쟁은 경기장 밖에서도 계속된다”며 한술 더 뜬다. ‘지금 이 순간에도 상대 팀은 우리의 약점을 집중적으로 파고들 작전을 짜고, 우리 공격수들의 약점을 파악해 수비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위스는 느긋하다. 한국과 비기기만 해도 16강에 올라간다. 굳이 서두를 게 없다. 진지에 틀어박혀 방어만 잘해도 그만이다. 야코프 쾨비 쿤 스위스 감독도 “무승부라도 매우 만족할 것”이라고 말한다. 벌써부터 16강전에 신경 쓰는 눈치다. 움직이지 않는 상대를 이기긴 어렵다.
주위 상황도 단연 스위스가 유리하다. 제프 블라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스위스 사람이다. 심판들이 과연 그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대로 판정할 것인가. 꺼림칙하다. 하노버 경기장도 마찬가지. 스위스 응원단은 4만 명 정도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의 붉은악마는 최대 2만 명 정도. 일단 수에서 밀린다. 스위스의 뿔피리는 북 징 꽹과리로 이길 수 있지만 함성엔 한계가 있다.
한국과 스위스는 팀 컬러가 비슷하다. 웅크리고 있다가 순간 역습하는 스타일이다. 대부분 상대 양 측면을 공격하는 것도 그렇다. 스위스는 프랑스전에서 공격의 75%를 측면에 겨눴다. 허리에서의 강한 압박이나 강철 체력도 막상막하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스위스전에선 좀 더 공격적으로 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렇다. 한국으로선 선택의 여지가 없다. 초반부터 밀어붙여야 한다.
토고전에서 스위스의 패스 성공률은 74%였다. 한국은 84%. 그만큼 스위스는 투박하다. 패스가 끊겨 역습을 많이 당했다. 강한 압박으로 스위스 패스를 끊은 뒤 속공을 펼쳐야 한다는 얘기다.
스위스는 시계 같다. 하지만 조금만 먼지가 앉아도 톱니는 돌아가지 않는다. 발갛게 달아오른 투혼 앞에선 엿가락처럼 녹아 버린다. 전쟁은 시작됐다.
김화성 스포츠전문기자 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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