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월드컵]패스 성공률 한국84%:스위스74%…역습이 답

  • 입력 2006년 6월 23일 03시 01분


네덜란드의 ‘토털 사커 창시자’ 리뉘스 미헬스(1928∼2005) 감독은 “축구는 전쟁”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축구란 전쟁처럼 전후방 구분 없이 모두가 한순간도 쉬지 않고 톱니바퀴처럼 움직여야 한다’고 정의했다. 바로 그것이 ‘총력전’이요 ‘토털 사커’다. 토털 사커엔 공격수와 수비수 구분이 따로 없다. 공격수가 한순간 수비수가 되고, 수비수도 한순간 골잡이가 된다. 축구선수는 전사(戰士)와 같다. 그래서 전사들을 이끌었던 미헬스 감독은 ‘장군(general)’으로 불렸다.

그의 제자 ‘작은 장군(little general)’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축구라는 전쟁은 경기장 밖에서도 계속된다”며 한술 더 뜬다. ‘지금 이 순간에도 상대 팀은 우리의 약점을 집중적으로 파고들 작전을 짜고, 우리 공격수들의 약점을 파악해 수비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위스는 느긋하다. 한국과 비기기만 해도 16강에 올라간다. 굳이 서두를 게 없다. 진지에 틀어박혀 방어만 잘해도 그만이다. 야코프 쾨비 쿤 스위스 감독도 “무승부라도 매우 만족할 것”이라고 말한다. 벌써부터 16강전에 신경 쓰는 눈치다. 움직이지 않는 상대를 이기긴 어렵다.

주위 상황도 단연 스위스가 유리하다. 제프 블라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스위스 사람이다. 심판들이 과연 그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대로 판정할 것인가. 꺼림칙하다. 하노버 경기장도 마찬가지. 스위스 응원단은 4만 명 정도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의 붉은악마는 최대 2만 명 정도. 일단 수에서 밀린다. 스위스의 뿔피리는 북 징 꽹과리로 이길 수 있지만 함성엔 한계가 있다.

한국과 스위스는 팀 컬러가 비슷하다. 웅크리고 있다가 순간 역습하는 스타일이다. 대부분 상대 양 측면을 공격하는 것도 그렇다. 스위스는 프랑스전에서 공격의 75%를 측면에 겨눴다. 허리에서의 강한 압박이나 강철 체력도 막상막하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스위스전에선 좀 더 공격적으로 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렇다. 한국으로선 선택의 여지가 없다. 초반부터 밀어붙여야 한다.

스위스의 핵은 4명이다. 최전방 골잡이 알렉산더 프라이와 오른쪽 미드필더 트란퀼로 바르네타, 수비형 미드필더 요한 포겔, 왼쪽 윙백 뤼도비크 마s이 그들이다. 토고전 첫 골도 마s이 왼쪽에서 바르네타에게 길게 찔러준 것을 바르네타가 지체 없이 프라이에게 연결해 이뤄졌다. 두 번째 골은 바르네타가 직접 넣었다. 그는 개인기도 좋다. 토고전에서 8번 드리블해 7번이나 성공했다. 그만큼 바르네타가 있는 스위스 오른쪽은 화약고다. 프랑스전에서 스위스의 슈팅 7개 모두가 오른쪽에서 나왔을 정도다. 토고전 슈팅 15개중 9개가 프라이(4개)와 바르네타(5개)의 발끝에서 나온 것도 눈길을 끈다. 이들의 볼 보급자는 포겔과 마s이다. 포겔은 두 경기에서 스위스 선수 중 최고인 104회나 볼 터치를 했다. 87회 패스 가운데 75번이나 정확히 전달했다. 하지만 거스 히딩크 감독의 말처럼 그는 수비에 치명적 약점이 있다. 마s은 왼발의 마술사다. 프리킥도 그가 도맡아 찬다. 한번에 오른쪽 바르네타에게 찔러주는 긴 패스도 송곳 같다. 하지만 그는 매우 공격적이다. 자주 뒷마당을 비운다. 바로 거기에 찬스가 있다. 중앙수비수 필리페 센데로스도 틈이 있다. 그는 토고전에서 10번이나 볼을 뺏겼다. 프라이도 ‘여우’지만 성격이 불같다. ‘핏대’다. 핏대들은 안 풀릴 땐 제풀에 스스로 무너진다. 슬슬 화를 돋워야 할 이유다.

토고전에서 스위스의 패스 성공률은 74%였다. 한국은 84%. 그만큼 스위스는 투박하다. 패스가 끊겨 역습을 많이 당했다. 강한 압박으로 스위스 패스를 끊은 뒤 속공을 펼쳐야 한다는 얘기다.

스위스는 시계 같다. 하지만 조금만 먼지가 앉아도 톱니는 돌아가지 않는다. 발갛게 달아오른 투혼 앞에선 엿가락처럼 녹아 버린다. 전쟁은 시작됐다.

김화성 스포츠전문기자 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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