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조국 선수들…“나를 알아주는 곳이 내 조국”

  • 입력 2006년 6월 23일 03시 01분


포르투갈 미드필더 데쿠‘제2의 조국’ 포르투갈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이란과의 경기에서 결승골을 터뜨린 후 기뻐하는 데쿠. 브라질 태생인 그는 브라질의 호출을 기다리기보다는 포르투갈에서 주전이 되는 길을 택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포르투갈 미드필더 데쿠
‘제2의 조국’ 포르투갈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이란과의 경기에서 결승골을 터뜨린 후 기뻐하는 데쿠. 브라질 태생인 그는 브라질의 호출을 기다리기보다는 포르투갈에서 주전이 되는 길을 택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부와 명예 보장해 주는 월드컵, 그 꿈의 무대에서 눈물 머금고 또 다른 조국을 울려야 하는 사나이들.》

영원한 우승 후보 브라질은 작년 한 해 동안 804명의 선수를 외국으로 ‘수출’했다.

브라질 중앙은행 발표에 따르면 이들이 벌어들인 몸값은 1억5800만 달러(약 1501억 원). 1994년부터 작년까지 10여 년간을 따지면 10억 달러(약 9500억 원)를 훌쩍 넘는다. 이런 브라질에서 월드컵 축구대표팀 23명 엔트리에 들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 포르투갈 슈퍼스타 데쿠 브라질 출신

재능은 있는데 기회를 잡지 못하는 선수가 대다수다. 이런 선수들이 월드컵에 출전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브라질을 ‘탈출’해 다른 나라의 유니폼을 입는 것이다.

2006 독일 월드컵에서는 유럽이든 아시아 국가든 브라질 출신 선수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팀에서 절대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선수다.

대표적인 선수는 이름 앞에 ‘슈퍼’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포르투갈의 미드필더 데쿠. 2002 한일 월드컵에서 브라질을 우승으로 이끌었던 루이스 펠리프 스콜라리 감독은 포르투갈로 팀을 옮기면서 그를 데리고 갔다. 데쿠는 기대에 부응하듯 17일 이란과의 D조 예선 2차전에서 결승골을 뽑아내며 포르투갈을 40년 만에 16강에 올려놓았다.

30세가 되도록 A매치에서 뛰지 못했던 마르코스 세나는 올해 3월 스페인 대표로 발탁돼 월드컵을 누비고 있다. 상파울루 태생의 안토니오 나엘손은 멕시코 국적을 취득한 뒤 이름까지 시나로 바꾸고 월드컵에 나섰다.

○ 시나-비두카 등 50명 “새 조국 위해”

16강에 오르는 데는 실패했지만 시우바 도스 산투스는 튀니지, 알렉스는 일본 대표로 월드컵 무대를 밟았다.

또 다른 남미의 축구 강국 아르헨티나 출신의 마우로 카모라네시는 특이하게 이탈리아 대표로 뛰고 있으며, 기예르모 프랑코도 2002년 멕시코로 이주한 뒤 멕시코 대표로 이번 대회에 나섰다.

폴란드 태생의 독일 대표선수 미로슬라프 클로제와 루카스 포돌스키는 15일 폴란드와 싸웠고, 호주의 마크 비두카는 23일 자신이 태어난 크로아티아를 상대로 경기를 펼친다. 독일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룬트샤우’는 21일 “이번 월드컵에서 약 50명의 선수가 새로운 국적을 준 나라를 위해 뛰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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