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보관의 캐넌슛]K리그 함성 들려야 한국축구 껑충 뛴다

  • 입력 2006년 6월 26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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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악마의 황홀한 응원을 이번 월드컵에서 다시 볼 수 없게 됐다는 생각에 가슴이 아프다. 한국은 4년 후를 기약하며 눈물로 이번 월드컵을 마무리하게 됐다. 아시아 팀들이 줄줄이 탈락하면서 한국만이라도 아시아의 자존심을 세워주기를 바랐지만 다시 한번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경기내용을 보자.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이겨야겠다는 선수들의 투지는 정말로 대단했다. 하지만 한국은 월드컵 준비 상황에서 몇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를 드러냈다.

첫째, 시스템을 준비할 때 한국 실정에 맞는 것을 빨리 파악하고 준비하는 것이 부족했다. 지난겨울 프로팀 관계자들과 마찰을 빚으며 실시한 전지훈련에서 귀중한 시간을 낭비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둘째, 이번 월드컵에서는 모험적인 시도를 많이 했다. 평가전 결과가 실망스러웠다고 경기 당일 시스템을 바꿨다. 시스템을 바꾸는 것은 아주 신중하게 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한국 선수들은 어려서부터 자율적인 판단에 의한 경기보다는 정신력을 강조하는 통제된 분위기에서 경기를 해 왔다. 그렇기 때문에 전술 운용을 바꾸면 선수들에게도 적응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 예선 세 경기를 보면 선수들의 수비전술 이해도는 높다고 볼 수 있지만 공격전술 이해도는 무척 낮은 것 같았다. 조재진에게 긴 패스가 계속되는 것은 2002년 이전의 한국축구를 보는 듯했다.

셋째,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지만 스위스전에서 이영표의 교체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0-1로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공격적인 윙백을 교체함으로써 상대방이 경기를 쉽게 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필자 또한 감독 경험이 있기 때문에 감독의 경기 운영에 대해서는 지적하고 싶지 않지만 못내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었다.

스위스와 경기를 끝내고 경기장을 빠져나갈 때의 분위기는 지난 프랑스전과는 사뭇 달랐다. 승리를 만끽하는 스위스 응원단 옆에 우리 붉은악마가 의기소침해 있는 것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했다.

한국적인 축구는 세계 강자들과 경쟁해서도 당당히 이길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

먼저 유소년 축구에 대한 체계적인 지도방침과 시스템의 혁신이 요구된다. 기본적으로 한국 축구스타일을 명확하게 가져야 한다. 롱킥으로 승부를 거는 것이 아시아에서는 통할 수 있지만 세계무대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그리고 필자가 계속해서 강조하는 것이지만 프로축구의 활성화가 급하다. 자국의 프로리그가 발전하지 않는 상황에서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다는 것은 기대할 수 없다. 관중이 꽉 찬 경기장에서 좋은 축구를 보여주는 것이 그 나라의 축구수준을 올리는 지름길이다.

독일 월드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비록 붉은색 물결은 보지 못하지만 축구를 통해 흥분과 꿈을 보았다. 남은 경기를 보며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서….

황보관 오이타 트리니타 선수육성 총괄부장 canonshooter1990@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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