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축구인은 아드보카트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이 월드컵이 끝난 뒤 러시아 프로팀 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사령탑으로 옮기는 것에 대해 “협회가 또 실수를 반복한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축구협회는 늘 성적을 보고 감독을 뽑는다. 이번에도 축구협회 한 고위 관계자는 차기 감독에 대해 “월드컵이 끝나봐야 알겠지”라고 말했다. 성적이 좋지 않으면 어느 누구도 감독이 될 수 없다는 뜻이 담겨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협회의 성적지상주의적 감독 선발이 한국축구를 망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협회는 1998 프랑스 월드컵 때 네덜란드에 0-5로 진 뒤 차범근 감독을 프랑스 현지에서 해임시켰고 2002 한일 월드컵까지 지켜보겠다던 허정무 감독도 2000 시드니 올림픽이 끝난 뒤 교체해 버렸다.
협회 기술위원장을 지낸 이용수 KBS 해설위원은 2002 한일 월드컵이 끝난 뒤 “거스 히딩크 감독을 잡았어야 했는데 미적거리다 시기를 놓쳤다. 만일 그때 히딩크 감독과 다시 재계약을 했더라면 한국축구의 고질적 문제점까지 해결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히딩크 감독이 떠난 뒤 한국은 박항서 감독대행과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 요하네스 본프레러 감독에 이어 아드보카트 감독까지 네 명을 사령탑으로 맞는 혼란을 겪었다.
반면 2006 독일 월드컵에서 한국을 16강 문턱에서 좌절시킨 스위스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감독을 임명해 승승장구하고 있다.
스위스축구협회는 청소년대표팀을 조련하던 쾨비 쿤 감독을 2001년 8월 대표팀 사령탑에 임명했다. 당시 2002 한일 월드컵 예선이 진행 중이었고 결국 본선 진출이 좌절됐지만 협회는 쿤 감독이 장기적인 플랜을 가지고 대표팀을 이끌도록 시간을 줬다. 쿤 감독은 청소년 대표시절부터 조련했던 선수들을 주축으로 대표팀을 강팀으로 탈바꿈시켰고 결국 G조 1위로 12년 만에 16강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9월이면 아시아 최고의 축구대회인 아시안컵 예선이 시작된다. 축구협회는 미리 감독을 정하지 못해 단 3개월 동안 차기 감독을 선임해 전력을 가다듬게 만들어야 하는 긴박한 상황에 몰렸다.
시간이 촉박하지만 이번엔 협회가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까지 생각하는 장기적인 플랜을 가지고 대표팀 사령탑을 선정하길 기대해본다.
쾰른=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2006 독일월드컵 16강전 포르투갈 vs 네덜란드
2006 독일월드컵 16강전 잉글랜드 vs 에콰도르
2006 독일월드컵 16강전 아르헨티나 vs 멕시코
2006 독일월드컵 16강전 독일 vs 스웨덴
월드컵 스타들의 와이프 & 걸 프렌드
독일, 잉글랜드 훌리건들 난동
간절한 기도도 통하지 않은 스위스전
태극전사들의 투혼과 좌절…그러나 꿈은 계속된다
석연치 않은 오프사이드 판정 순간
‘대~한민국’ 독일을 뒤흔든 붉은 악마의 함성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