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보와의 9개월’ 빛과 그림자

  • 입력 2006년 6월 26일 03시 03분


좋았던 출발, 아쉬웠던 마무리.

9개월의 지도자는 막판에 흔들렸다. 그가 부임한 것은 지난해 10월.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을 이끌었던 거스 히딩크 감독(현 호주 감독)이 1년 6개월간 한국을 이끌었던 것에 비해 짧은 시간이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취임 일성으로 ‘자신감’과 ‘규율’을 강조했다. 자신감 회복 조치는 요하네스 본프레러 전임 감독 시절 호된 비판을 받은 선수단의 사기를 올리기 위한 것이었다. 그는 선수들을 칭찬하는 데 인색하지 않았다.

‘규율’을 강조한 것은 짧은 시간 동안 팀을 자신의 의도대로 확고히 이끌어 가야 했기 때문이었다. 선수들은 변화를 기대하고 있었고 새 감독의 지시에 충실했다.

그는 이 같은 시도 속에서 취임 후 첫 평가전인 이란전에서 승리함으로써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감독 한 명 바뀐다고 이렇게 팀이 바뀔 수 있느냐”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올해 초 40여 일간의 해외 전지훈련을 실시했다. 대표팀을 단기간에 조련하기 위해서 실전을 되도록 많이 치르면서 선수들의 경험과 조직력을 다지는 전술을 병행했다. 전지훈련은 10승 4무 4패의 성과를 냈다.

뚜렷한 공격전술 없어 16강행 좌절

그런데 월드컵 직전부터 문제점들이 나타났다. 무엇보다 국내외 리그를 소화하면서 대표팀에 합류한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이 여의치 않았다. 스코틀랜드 글래스고로 전지훈련을 가면서 장기 이동과 시차 적응이 이 같은 문제를 더 불거지게 했다. 결국 가나와의 평가전에서 1-3으로 지면서 선수들의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점이 드러났다. 체력훈련을 하지 못한 그는 선수단 전체의 컨디션 조절에 실패했다.

조직력과 공격전술 부재도 문제점으로 나타났다. 토고전 전반, 프랑스전과 스위스전 전반에서 한국은 매우 경직된 플레이를 보였다. 창의적인 전술 구사는 보여 주지 못했다. 그러나 적절한 선수 교체는 빛을 보았다.

공격전술 부재는 결국 선수 개인의 기량에 의존하는 공격 형태를 보였고 수준차로 인해 세계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 점에 대해 그는 “한국 선수들이 K리그뿐 아니라 세계적인 수준의 무대에서 뛰어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맞는 지적이기는 하지만 자신의 패착을 한국 선수들의 수준 탓으로 돌리는 발언으로서 적절한 표현인지는 의문이다. 한국이 그를 영입한 것은 이 같은 수준차 속에서도 가르침을 받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수비훈련만 하다 끝났다.

마지막에 포백수비 대신 스리백을 도입한 것은 그가 불안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좀 더 일찍 스리백과 포백을 병행했다면 좋았을 텐데 마지막에 스리백을 도입한 것은 다소 당황한 모습으로 비쳤다.

결과적으로 아드보카트 감독은 선수단의 심리를 장악하고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데는 일찍 성공했다. 그러나 수비 위주의 팀훈련과 체력훈련 부족 및 공격전술 부재로 한국팀을 16강으로 이끌지는 못했다.

쾰른=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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