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대표팀이 2006 독일 월드컵에서 얻은 결과는 사상 처음 월드컵 본선에 오른 1954 스위스 월드컵부터 지금까지 해외에서 거둔 최고 성적이다. 1994년 미국 월드컵 때의 2무 1패가 그동안의 최고 성적. 13일 토고전에선 2-1로 역전승을 거두고 해외 원정 4무 10패 만에 첫 승을 기록한 것은 뜻 깊은 일이다.
한국이 24일 스위스에 0-2로 지면서 G조 3위로 16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축구전문가들은 “한국 축구의 현실에 비춰보면 과분한 성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2002 한일 월드컵 때 4강 신화를 이룬 한국이지만 축구 시스템은 여전히 후진적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번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에서도 탈락 위기까지 몰렸다. 한 축구인은 “사실 본선에서 3패가 우리 축구 현실에 걸맞은 성적이다. 실력보다는 선수들의 투지가 합쳐져 토고를 누르고 귀중한 1승을 거뒀고 강호 프랑스와 비겼다”고 분석했다.
이번 월드컵으로 K리그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부각됐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매번 수만 명의 관중 앞에서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기하는 유럽 선수들과 몇 천 명 앞에서 뛰는 K리그 선수들은 수준차가 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6강 진출에 실패한 감독의 변명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국내파 선수들이 4만∼6만 관중 앞에서 얼어버리고 위기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했던 게 사실이었다.
핌 베르베크 수석코치 등 외국 코칭스태프는 “승리보다는 축구하는 법을 배우는 리그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용수 KBS 해설위원은 “선수들이 K리그를 통해서도 유럽으로 갈 수 있도록 경기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쾰른=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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