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강 진출이라는 애초 목표 달성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다소 의기소침한 모습으로 공항 입국 게이트를 빠져 나오는 순간 그들은 마치 ‘개선장군’을 맞이하는 듯한 수많은 축구팬의 열렬한 환호성에 휩싸였다.
100여 명의 취재진을 제외하고도 1000여 명의 축구팬이 대표팀의 귀국을 보기 위해 1시간 전부터 기다렸다. 공항 측에서 수십 명의 경찰을 동원하고 50m가량의 통제선을 구축했지만 선수단이 모습을 드러낸 순간 흥분한 팬들 때문에 거의 통제 불능 상황이었다.
토고전에서 한 골을 넣었던 이천수(울산)는 “오히려 팬들이 너무 반겨주니 아쉬움이 더 크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심판 판정 등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해 잘 싸우고도 스위스에 졌다. 그 순간 모든 것이 허탈해지며 눈물이 쏟아졌다. 4년 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결코 울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16강에 진출하지 못한 것은 실망스러운 일이지만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월드컵에서 희망을 봤다. 앞으로 어떻게 부족한 부분을 고쳐 나갈 것인가가 이제 중요하다. 유소년 축구 활성화 등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짙은 색 양복에 분홍색 넥타이를 맨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한국 대표팀 감독으로서의 9개월을 이렇게 정리했다.
“대표팀을 맡기 위해 한국에 첫 발을 디뎠던 순간이 내 삶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고 스위스에 져 16강 진출이 좌절됐을 때가 가장 슬픈 순간이었다.”
그는 “한국 선수들이 훌륭한 기량을 갖고 있다는 점은 이번 대회에서 확실히 보여 줬다. 하지만 한국 축구가 더 발전하기 위해선 풍부한 국제 경험이 필요하다”는 조언을 잊지 않았다.
선수단은 공항에서 간단히 기념촬영을 한 뒤 해산했다. 국내 프로축구리그 소속 선수들은 다음 달 12일 FA(축구협회)컵 대회 16강전부터 그라운드에서 다시 뛰며 해외파 선수들은 국내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늦어도 다음 달 중순경 소속 팀으로 복귀할 예정이다.
인천=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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