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파는 26일 ‘잉글랜드를 향한 질문’이라는 제하로 “잉글랜드가 경기를 주도하지는 못했지만 8강에 진출했다. 아직까지 잘해오기는 했지만 향후 에릭손 감독의 잉글랜드팀의 전망은 확실치 않다. 대체 바뀐 것이 무엇인가”라고 질타했다.
4-4-2 포메이션에서 4-1-4-1 시스템으로 바꾼 에릭손 감독의 전략은 대체적으로 성공적이다. 마이클 캐릭이 일선 수비수로 상대의 볼흐름을 미리 차단하고 최전방의 웨인 루니는 저돌적인 돌파를 상대를 위협하기 충분했다. 오언 하그리브스, 애슐리 콜, 리오 퍼디낸드, 존 테리 등이 지키는 포백라인도 합격점을 받았다.
문제는 허리를 담당하는 선수들 개개인의 기량이 팀전력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 데이비드 베컴, 프랭크 램퍼드, 스티븐 제라드, 조 콜 등 세계적인 미드필드진이 명성에 비해 상대팀을 압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피파의 지적이다.
특히 주장인 베컴에 대한 구설수는 끊이지 않고 있다.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결승전 헤트트릭의 영웅 제프 허스트는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베컴은 위대한 주장이지만 잉글랜드에 필요한 것은 스피드와 수비수를 제치는 능력”이라며 베컴을 빼고 신예 에런 레넌을 기용하라고 주장했다.
이에 베컴은 자신의 결승골로 팀을 8강에 올려놓은 후 인터뷰에서 “나를 비난했던 몇 명의 입을 다물게 한 것이 다행”이라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날 베컴은 세트 피스 상황을 제외하고 체력적인 문제점을 드러냈으며 경기 막판에는 구토를 하는 등 최악의 몸상태를 보였다.
에릭손 감독은 “포메이션이 제대로 먹혀들었다. 더 많은 골을 넣어야 했지만 8강에 진출한 것이 기쁘다. 좋은 모습을 보여 주지 못했지만 다음에 보여주겠다”고 안분지족하는 소감을 남겼다.
정기철 스포츠동아 기자 tom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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