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독일 월드컵 16강전에서 잉글랜드는 에콰도르의 강한 압박 수비에 막혀 진땀만 흘리고 있었다. 후반 15분 페널티 지역 왼쪽 외곽에서 잉글랜드 프랭크 램퍼드가 반칙을 얻어 냈다. 키커로 나선 데이비드 베컴은 에콰도르 골키퍼 크리스티안 모라가 골대 오른쪽으로 치우쳐 있는 것을 감지했다. 이어 베컴이 오른발로 감아 찬 ‘팀가이스트’는 시원한 포물선을 그리면서 골포스트 왼쪽 구석으로 기묘하게 파고들었다.
35도를 육박하는 무더위 때문인지 이날 잉글랜드는 전반 내내 무기력한 플레이를 보였다. 잉글랜드는 웨인 루니를 원톱으로 세운 뒤 롱패스로 수비수 뒷면을 침투하는 공격 방식을 고집했지만 에콰도르의 수비 라인은 생각보다 견고했다.
주장 완장을 찬 ‘슈퍼스타’ 베컴 역시 패스는 끊기고 공은 뺏기고 프리킥과 코너킥도 빗나가기 일쑤였다. 하프타임 때 잉글랜드 취재진은 ‘잉글랜드 선수들이 제정신이 아니다. 베컴은 도대체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푸념했다.
이날 골로 베컴은 잉글랜드 축구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 3회 연속 득점 기록을 세웠다. 베컴은 ‘정지된 공’을 차 골을 만드는 데는 여전히 세계 최고임을 입증했다.
1998 프랑스 월드컵 콜롬비아전에서 프리킥 골, 이어 2002 한일 월드컵 아르헨티나전에서 잉글랜드의 승리를 이끈 것도 그의 페널티킥 골이었다.
더타임스는 “탈수 증세를 보인 베컴을 선발 출장시킨 스벤 예란 에릭손 감독의 용병술은 이해할 수 없지만 그가 ‘억세게 재수 좋은 남자’라는 사실은 결코 의심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슈투트가르트=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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