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스타가 스쳐 지나간 황금사자기가 더욱 빛났던 것은 ‘쓰러뜨리지 않으면 내가 쓰러지는’ 라이벌이 있었기 때문이다. 29일 시작되는 제60회 대회에서도 영원히 기억될 라이벌들의 명승부를 기대하며 역대 최고의 라이벌 세 쌍을 뽑았다.
○ 선동렬 “내 선수생활중 가장 아픈 패배”
1980년 10월 5일 열린 제34회 대회 광주일고와 선린상고(현 선린인터넷고)의 결승전. 광주일고 선동렬(삼성 감독)의 ‘방패’와 선린상고 박노준(SBS 해설위원)의 ‘창’이 맞붙었다. 승자는 당시 최고 인기를 구가하던 박노준이었다.
3-3 동점이던 8회 박노준은 결승 2점 홈런을 날린 것을 비롯해 4타수 3안타 3타점 3득점을 뽑아내며 선동렬을 무너뜨렸다. 천하의 선동렬이었지만 1년 내내 혼자서 완투를 하다시피 한 데다 이상군(LG 코치)이 버틴 천안북일고와의 준결승에서 연장까지 간 것이 치명적이었다.
박노준은 5회부터는 김건우의 뒤를 이어 투수로도 등판해 2안타 1실점으로 광주일고 타선을 막아내며 5-3 승리를 이끌었다.
선동렬은 “이후 20년 가까이 선수 생활을 했지만 그때의 패배가 가장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 한 타자에게 홈런을 포함해 3안타 3타점을 내준 게 이후 몇 번이나 있었겠나”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 코리안특급 박찬호 vs 리틀쿠바 박재홍
메이저리그 100승 투수 박찬호(샌디에이고)는 황금사자기와는 인연이 없었다. 공주고 1학년 때인 1989년에는 경남고와의 2회전에 중간 계투로 나가 4와 3분의 1이닝 동안 5안타 3실점했다. 팀도 1-7로 져서 탈락. 2학년 때는 팀이 출전 자체를 하지 못했다.
3학년 때인 1991년 제45회 대회. 박찬호는 조성민(신일고), 임선동(휘문고), 손경수(경기고) 등과 함께 초고교급 투수로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나 2회전에서 광주일고 박재홍(SK)을 만난 것이 불행이었다.
박찬호는 박재홍에게 시작과 끝인 1회와 9회 두 개의 2점 홈런을 얻어맞았고 팀은 2-6으로 패해 다시 2회전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이때 생긴 둘 간의 라이벌 의식은 프로에 진출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 빅 초이 최희섭 vs 닥터 봉 봉중근
메이저리그에서 함께 뛰었던 최희섭(LA 다저스)과 봉중근(LG·전 신시내티)은 요즘 둘도 없이 절친한 사이. 그러나 1997년 제51회 대회 결승전에서는 양보할 수 없는 적으로 만났다.
신일고 봉중근은 결승까지 4경기 모두 승리 투수가 되며 둘 간의 대결에서도 승자가 됐다. 반면 광주일고 최희섭은 7-7 동점이던 9회 초 3루 주자로 나갔다가 포수 견제구에 걸려 아웃되면서 땅을 쳐야 했다. 신일고는 곧 이은 공격에서 김광삼의 끝내기 안타로 8-7로 승리했다.
전해인 1996년 대회에서도 팀의 5승 중 4승을 혼자 따내며 우승에 기여했던 봉중근은 두 대회 연속 우수투수에 선정됐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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