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국기 색상에서 검정을 뺀 노랑-빨강(옐로카드-레드카드)이 아닐까.
16강전이 마무리돼 총 64경기 중 8경기를 남겨 놓고 지금까지 나온 레드카드는 경고누적 퇴장을 합쳐 총 25장. 64경기 체제가 처음 도입된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의 경우 결승전까지 21장의 레드카드가 나왔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 16장으로 줄었다가 다시 늘어 일찌감치 신기록을 세운 것. 경기당 평균 퇴장 건수도 1998년 0.32건에서 2002년 0.25건으로 줄었다가 이번 월드컵에서는 현재까지 평균 0.45건으로 두 배 가까이 높아졌다.
이렇게 ‘쫓겨나가는’ 선수가 늘어난 것은 부분적으로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새로운 방침 때문. FIFA는 이번 월드컵에서 예전보다 훨씬 엄격해진 규정이 적용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팔꿈치 가격과 거친 태클은 물론, 지금까지 대개 용인돼 왔던 상대편 선수 옷 잡아당기기 등도 엄하게 단속하겠다고 공언했다.
독일 일간지 ‘쥐트도이체 차이퉁’은 독일어로 ‘휘슬’을 뜻하는 피프(Pfiff)와 ‘FIFA’를 대비시켜 ‘고요한 바다의 휘슬(피프)’이라는 제목으로 경고 및 퇴장 남발이 FIFA의 책임이라고 시사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FIFA의 제프 블라터 회장은 ‘심판이 잘못’이라는 식이다. 26일 열린 포르투갈-네덜란드의 16강전에서는 양팀 2명씩 무려 4명이 퇴장당해 9 대 9 경기가 펼쳐지는 진기록이 나오자 블라터 회장은 ‘심판이 경고감’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이에 러시아 출신 주심 발렌틴 이바노프 씨는 러시아신문 ‘이즈베스티야’와의 회견에서 “판정에는 잘못이 없다”고 맞받았다. 그는 “포르투갈은 뒤에서 때리기 등의 지저분한 경기 운영으로 본디 악명이 높지만 네덜란드마저 그럴 줄은 몰랐다”며 치를 떨었다.
이같이 ‘지저분해지는 경기’에 대해 독일 일간지 ‘디벨트’는 ‘경고와 퇴장은 오래전부터 계속 늘어 왔다’고 분석해 눈길. 1978년 월드컵부터 1998년까지 총퇴장 건수는 5, 8, 12, 15, 21건으로 끊임없는 상승 곡선을 그려왔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16건으로 줄어든 것이 오히려 ‘이변’이었다.
블라터 회장의 격노에도 불구하고 포르투갈-네덜란드전 이후 4경기 동안 퇴장 선수는 2명. 경기당 0.5명으로 ‘평균치’를 더 높였다.
프랑크푸르트=유윤종 특파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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