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사커는 ‘매’를 맞고 자란다?

  • 입력 2006년 7월 5일 03시 03분


프랑스가 스페인과의 16강전을 하루 앞둔 지난달 27일 레몽 도메네크 프랑스 감독(뒷줄 오른쪽)이 훈련 중 선수들을 모아 놓고 전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프랑스가 스페인과의 16강전을 하루 앞둔 지난달 27일 레몽 도메네크 프랑스 감독(뒷줄 오른쪽)이 훈련 중 선수들을 모아 놓고 전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레몽 도메네크(54) 프랑스축구대표팀 감독은 아침마다 신문 펼치는 것이 두렵지 않을까. 2006 독일 월드컵에서 그처럼 언론에 시달린 감독도 없을 것이다.

2004년 7월 국가대표팀 사령탑에 앉은 직후 프랑스 언론의 ‘도메네크 죽이기’는 멈출 때가 없었다.

독일 월드컵 지역예선 초반 프랑스가 이스라엘, 아일랜드에 무득점으로 비기자 프랑스 언론은 ‘도메네크는 대표팀 감독을 맡을 만한 경험도, 자격도 없다’며 신랄하게 공격했다. 프랑스는 극적으로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언론의 공세는 멈추지 않았다.

‘전술이 있는지 모르겠다’, ‘지나친 수비축구로 재미가 하나도 없다’, ‘선수 선발 기준이 뭔지 모르겠다’, ‘리더십은 없고 사람 관리를 할 줄 모른다’ 등등….

월드컵 본선서도 마찬가지. 도메네크 감독은 마치 청문회에 참석한 비리 정치인처럼 프랑스 기자들의 계속되는 추궁에 시달렸다.

지난달 16일 한국과의 경기를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

도메네크 감독은 “팀 분위기가 이게 뭐냐”, “지단과 사이가 안 좋은 건 아니냐” 등의 질문에 진땀을 뻘뻘 흘렸다.

그런데 2일 프랑스가 ‘우승후보 0순위’ 브라질을 꺾고 4강에 오르자 프랑스 언론도 약간은 태도를 바꿨다.

르피가로는 “프랑스대표팀이 살아났다. 프랑스 국민의 가장 영광스러운 순간이었던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의 쾌감을 되살릴 수 있게 됐다”고 자축했고 르몽드는 “지단이 드디어 앙리를 찾았다”고 보도했다.

그래서였을까. 3일 기자회견에서 도메네크 감독은 한결 밝은 표정이었다.

그는 “우리는 대단한 업적을 이뤘다. 하지만 아직 우리의 임무는 끝나지 않았다”고 결의를 밝혔다. 또 “지금 프랑스는 광란의 도가니지만 우리는 좀 더 냉정할 필요가 있다”며 “나는 휴대전화를 꺼 놓았다. 선수들도 그래야 한다”라고 말했다.

1998년 월드컵 때 프랑스 언론은 당시 에메 자케 감독을 엄청나게 비판했지만 프랑스팀은 우승했고 레키프는 나중에 사과문까지 실었다.

당초 이번 독일 월드컵에서 ‘16강 통과도 힘들다’며 비판을 늘어놓던 프랑스 기자들은 요즘 민망하지 않을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한 프랑스 기자는 “1998년 때 비판을 통해 프랑스팀이 더 튼튼해지고 우승까지 할 수 있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프랑스 언론은 당시 로제 르메르 감독에게 우호적이었고 찬사를 쏟아 냈지만 결과는 비참(16강 진출 실패)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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