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월드컵’이 된 스타들

  • 입력 2006년 7월 5일 03시 03분


《스타도 세월은 거스를 수 없는 법. 영욕을 뒤로하고 월드컵 무대에서 더는 볼 수 없게 된 그들을 짚어본다.》

“은퇴해라. 이젠 늙었다.”

2006 독일 월드컵에서 프랑스에 발목을 잡혀 4강 진출에 실패한 뒤 고향으로 돌아온 브라질의 영웅 카푸(36·AC 밀란)는 공항에서 “은퇴하라”는 팬들의 야유를 들어야 했다. 월드컵에 4회 연속 출장해 브라질의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리는 카푸도 이젠 세월의 벽 앞에 고개를 숙이게 됐다.

○ 카푸-카를루스 등 ‘불명예 제대’

이번 월드컵에서 역사 속으로 사라질 스타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명예롭게 사라지는 스타도 있지만 대부분이 불명예를 안고 역사의 뒤안길로 떠나게 됐다.

카푸는 축구국가대표팀 은퇴에 대해 “축구협회와 새 감독이 경험 많은 선수를 원한다면 뛰게 될 것”이라고 했지만 사실상 이번 월드컵이 마지막이었다. 4년 뒤면 마흔. 팬들도 새 감독도 그를 원하지는 않을 것 같다.

카푸보다 세 살 어린 ‘프리킥의 마술사’ 호베르투 카를루스(33·레알 마드리드)는 4일 “프랑스와의 8강전이 마지막 대표팀 경기였다”며 4강 진출 실패의 책임을 지고 일찌감치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신축구황제’ 호나우두(30·레알 마드리드)도 은퇴를 밝히진 않았지만 이번 월드컵이 마지막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전성기 때와 달리 체중이 불어 제대로 뛰지 못하는 데다 골 결정력까지 무뎌져 호비뉴(22·레알 마드리드) 등 신예들이 급성장하는 브라질 군단에서 배겨 나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다.

네덜란드의 골키퍼 에드윈 판데르 사르(36·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미드필더 필립 코퀴(36·PSV 에인트호번)도 대표팀 은퇴를 고려하고 있다. 16강전에서 포르투갈에 져 8강 진출에 실패한 뒤라 역시 기분 좋은 은퇴는 아니다.

체코의 플레이메이커 파벨 네드베트(34·유벤투스)에게는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월드컵이 됐다. 아르헨티나의 에르난 크레스포(30·첼시)는 카푸나 카를루스의 경우를 보면 아직 월드컵을 한 번 더 뛸 수는 있지만 사실상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나카타 히데토시(29·볼턴 원더러스)도 3일 은퇴를 선언했다.

○ 지단-피구는 홀가분한 은퇴

반면 6일 4강전에서 맞붙는 프랑스의 지네딘 지단(34·레알 마드리드)과 포르투갈의 루이스 피구(34·인터 밀란)는 옛 영광을 되찾고 기분 좋게 대표팀 유니폼을 벗게 된 경우.

2002 한일 월드컵이 끝난 뒤 은퇴를 선언한 지단과 피구는 프랑스와 포르투갈이 위기에 처하자 “국가를 위해 한 몸 바치겠다”며 대표팀에 복귀했고 나란히 팀을 4강까지 끌어올렸다. 둘의 맞대결에서 한 명이 져 결승 진출에 실패해 대표팀을 떠나더라도 최소한 불명예 은퇴라는 소리는 듣지 않게 됐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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