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속으로]한국에 혼쭐 지단, 라틴사커엔 우쭐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한국이 강하고 빠르게 프랑스를 몰아치던 게 언제였던가.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어떻게 프랑스가 4강에 진출하고 한국은 집으로 돌아간 것일까.

스포츠는 예측 불가능성 때문에 흥미가 배가된다. 어느 날은 세계를 정복할 수 있는 것처럼 의기양양하다가도 다른 날은 ‘과연 할 수 있을까’란 불안이 엄습한다.

라이프치히에서 젊은 태극전사들의 역동적인 질주는 프랑스 선수들을 과거의 영광에 기대어 살아가는 늙은이들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하지만 늙은 거인은 잠에서 깨었고 우승 후보인 스페인과 브라질을 잇달아 무너뜨렸다.

지네딘 지단은 한국과는 다른 라틴의 플레이스타일에 리듬과 냉정을 되찾았다. 브라질 선수들은 한국 선수들의 장점인 스피드와 불굴의 정신력보다는 볼을 잡고 멋진 것을 보여 주려고 한다. 이것은 지단의 스타일에 맞다. 그래서 지단이 부활한 것이다.

남미의 강국들은 8강전에서 모두 탈락했다. 이제 유럽 팀만 남게 됐다. 1982년 스페인 월드컵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발생했다. 그때는 시대가 달랐다. 남미와 아프리카 선수들이 유럽 리그에서 뛰지 못해 수준 차가 컸고 유럽 환경에 잘 적응하지도 못했다.

현재는 어떤가. 호나우지뉴와 카카 등 브라질 선수는 모두 유럽에서 뛰고 있다. 삶의 근거지도 유럽이다. 에르난 크레스포와 로베르토 아얄라, 그리고 떠오르는 별 리오넬 메시 등 아르헨티나 선수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왜 그들은 실패했을까. 바로 앞에서 말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반면 은퇴를 선언한 지단은 매 경기가 마지막이라는 자세로 뛰었다. 물론 같은 팀의 티에리 앙리가 브라질을 꺾었을 때 누가 유일하게 골을 넣었는지를 세계가 알기를 원하긴 했지만 말이다.

꿈과 악몽은 상존한다. 프랑스 수비는 탄탄했다. 브라질의 호나우두와 호나우지뉴, 카카, 아드리아누의 ‘매직 4인방’은 프랑스 골키퍼 파비앵 바르테즈에게 단 한 방의 슛만 날릴 수 있었다.

잉글랜드대표팀의 ‘거품’을 알고 있다면 포르투갈이 잉글랜드를 이긴 게 결코 놀랄 일이 아니다. 그 거품이 스벤 예란 에릭손 잉글랜드 감독을 무디게 만들었다. 잉글랜드 캠프를 지켜 본 사람은 잉글랜드대표팀 면면을 보는 것만으로 전율을 느낄 정도라고 말한다. 세계 최고의 기량을 갖춘 웨인 루니는 불행하게도 부상으로 체력이 좋지 않았다. 자신의 감정을 컨트롤하는 정신력도 부족했다. 그라운드에 넘어져 있는 포르투갈 수비수 히카르두 카르발류의 허벅지를 밟은 것은 레드카드를 받기에 충분했다. 결국 이것은 잉글랜드의 실망으로 이어졌다.

경기는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다. 잉글랜드가 승부차기에서 질 수도 있다. 그러나 감독은 그렇지 않다. 온갖 책임을 안고 간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월드컵에서 팬들을 얼마나 열광시켰는지 기억하는가. 에릭손 감독은 한 번도 그렇지 못했다.

그는 브라질 출신 루이스 펠리프 스콜라리 포르투갈 감독의 악령에 울었다. 에릭손 감독은 4년 동안 스콜라리 감독을 3번 만나 모두 졌다. 반면 스콜라리 감독은 월드컵 13연승을 질주했다. 스콜라리 감독은 사이드라인에서 선수들에게 화를 내기도 하고 어르기도 한다. 에릭손 감독은 수도승처럼 조용히 앉아 있다.

독일의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준비된 사령탑’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독일대표팀을 ‘썩은 전차’의 이미지를 벗고 국민적인 열광을 불러일으키는 팀으로 탈바꿈시켰다. 클린스만 감독의 목표는 선수로서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을 제패했듯 이번 월드컵에서 우승하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이 같은 의지를 선수들에게 잘 전달했다. 독일이 예상 밖의 성적을 거두고 있는 이유다.

랍 휴스 잉글랜드 칼럼니스트 ROBHU800@a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