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올드컵!… 2006 독일 월드컵 결산

  • 입력 2006년 7월 10일 03시 06분


한 달간 지구촌을 뜨겁게 달궜던 2006년 독일 월드컵 축제가 막을 내렸다. 이번 월드컵에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와 아프리카 팀의 몰락 속에 개최 대륙인 유럽 팀이 강세를 보였다.

●지단-피구 등 30대 노장들 “아직 살아 있다”

지네딘 지단(34·프랑스)과 루이스 피구(34·포르투갈), 알레산드로 델피에로(32·이탈리아)….

이번 대회를 주름잡았던 선수들은 30세를 넘긴 노장들이었다. 결승에 오른 프랑스의 경우 35세의 노장인 주전 수문장 파비앵 바르테즈를 필두로 지단과 릴리앙 튀랑이 34세로 동갑이며 클로드 마켈렐레(33), 파트리크 비에라(30) 등이 모두 30세를 넘겼다. 이탈리아도 마찬가지. 델피에로와 프란체스코 토티(30), 마르코 마테라치(33), 필리포 인차기(33) 등 주전 대부분이 30세 이상. 프랑스는 평균 연령이 28.4세. 이탈리아는 28.3세.

이처럼 노장이 주축을 이룬 팀들이 힘을 발휘한 반면 세대교체를 이룬 국가들은 오히려 부진했다. 평균 연령이 26.4세인 개최국 독일이 준결승까지 올랐지만 스페인과 잉글랜드(이상 평균 연령 25.5세), 아르헨티나(평균 연령 26.2세) 등 대회 개막 전부터 우승 후보로 거론됐던 팀들은 모두 16강 또는 8강에서 주저앉았다. 평균 연령 24.9세로 가장 젊은 팀이었던 스위스도 우크라이나와의 16강전에서 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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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통산 4번째 우승
독일월드컵 결승전 이탈리아-프랑스
3·4위전 독일-포르투갈 득점 장면
독일월드컵 3·4위전 독일-포르투갈
4강전 프랑스-포르투갈 결승골 장면
독일월드컵 4강전 프랑스-포르투갈
4강전 이탈리아-독일 연속골 장면
독일월드컵 4강전 이탈리아-독일

●수비축구 득세… 브라질-아르헨 등 공격축구 쓴잔

이번 월드컵에선 63경기에서 145골(경기당 2.3골)이 터졌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64경기에서 161골(경기당 2.52골)이 터진 것에 비해 못 미치는 수준. 특히 16강전부터 준결승까지 펼쳐진 14경기에선 총 24골로 경기당 1.71골밖에 되지 않는다.

그만큼 공격축구가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얘기. 화려한 개인기를 바탕으로 하는 남미의 강호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이 8강에서 탈락한 것도 결국 수비축구에 힘이 밀렸기 때문이다. 미드필드부터의 압박 강도가 그만큼 세졌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독일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본 서정원(36·SV리트)은 “이젠 전방위 압박이라고 할 정도로 강력한 압박을 어떻게 뚫느냐가 향후 세계 축구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강팀들도 조별리그를 통과한 뒤 다음 단계로 나가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수비를 강화하는 전술을 앞세울 수밖에 없었다. 16강전부터 준결승까지 14경기에서 득점 없이 연장 승부를 거쳐 승부차기로 이어진 경기가 스위스-우크라이나(16강전), 잉글랜드-포르투갈(8강전)전으로 두 차례. 1골만 나온 것도 5경기나 된다.

‘예술 축구’ 프랑스는 과거의 화려한 공격축구를 포기하고 지키는 축구를 선보였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비에라와 마켈렐레 2명을 투입하는 ‘더블 볼란치’에 포백라인을 세워 수비 지향적 선수를 6명이나 투입해 ‘선수비 후공격’ 전략을 썼다. 프랑스는 이탈리아의 ‘카테나치오(빗장수비)’ 못지않은 수비축구를 과시하며 스페인과 브라질 포르투갈을 무너뜨렸다.

●아시아-아프리카 몰락… 이변 없는 대회로

2002 월드컵 4강 신화의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와 아프리카 팀들은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아프리카의 가나가 유일하게 16강에 들었을 뿐 모두 조별리그를 마치고 짐을 쌌다. 그나마 아시아에선 한국이 1승 1무 1패로 체면을 세웠을 뿐 일본과 사우디아라비아, 이란은 나란히 1무 2패를 기록해 조 최하위로 떨어졌다. 아시아 아프리카의 몰락으로 이번 독일 월드컵은 이변이 극히 적었던 대회로 기록됐다. 조별리그에서 가나가 국제축구연맹(FIFA) 세계 랭킹 2위 체코를 2-0으로 격파한 게 거의 유일한 이변.

아시아 아프리카가 부진한 가장 큰 이유는 유럽과 남미가 주도하는 세계 축구의 흐름에 따라갈 수 있는 실력이 부족했기 때문. 지역에서는 나름대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된 빅 이벤트에서 유럽과 남미의 강호들을 만나자 경험 부족을 드러내며 무너지고 말았다.

하지만 심판들의 ‘유럽 팀 챙기기’에 희생됐다는 지적도 있다. 유럽의 한 축구인은 “심판들이 아시아 아프리카는 물론 남미까지 철저하게 배제하는 식으로 경기를 진행했다. 특히 유색 인종 국가의 경기에선 ‘인종차별’이 느껴질 정도로 심각했다”고 말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2006 독일월드컵 결승전 이탈리아 vs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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