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경기 스코어가 아니다. 7일 장충고의 창단 후 첫 우승으로 막을 내린 제60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동아일보사 대한야구협회 공동주최) 8강전 이후 나왔던 득점이다. 8강전 이후 결승전까지 7경기의 평균 득점은 3.3점.
이번 대회 26경기에서 나온 홈런 수는 불과 5개. 최다홈런상은 정대평(강릉고) 등 5명이 공동 수상했다. 홈런 개수는 딱 1개.
한 경기에서 홈런 5개가 나오는 일이 비일비재했던 고교야구였지만 이제 ‘야구의 꽃’이라는 홈런은 가뭄의 콩 나듯 한다.
감독들 역시 득점에 상당한 어려움을 호소한다. 서울 지역 고교의 한 감독은 “무사만루에서도 점수를 못 뽑을까 걱정된다”고 말한다. 그래서 고교 야구에서도 ‘지키는 야구’가 유행이고, 주자만 나가면 거의 번트 작전이 나온다.
극심한 투고타저(投高打低)다. 큰 이유 중 하나는 2004년 여름 이후 알루미늄 방망이 대신 나무 방망이를 쓴다는 데 있다.
더 큰 이유는 좋은 자원들이 투수로만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만 해도 최우수 선수(MVP) 전진호와 이용찬 이승우(이상 장충고), 김태식과 이웅한(이상 공주고), 임태훈(서울고), 김성현과 김수완(이상 제주관광산업고), 양현종(동성고), 정태승(유신고) 등 팀마다 좋은 투수들이 쏟아졌다.
많은 선수들이 140km대 중반의 공을 던진다. 전진호와 정태승처럼 공이 빠르지 않은 선수들은 제구력과 변화구가 좋다.
투수들이 프로 스카우트들의 주목을 독차지하면서 이제 유망주들은 너도나도 투수를 하려고 한다. 반면 야수들의 인기는 시들해져 가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스카우트는 “유현진(한화)처럼 좋은 투수는 프로에 와서도 금방 두각을 나타낸다. 그렇지만 타자는 변화구 적응 등을 위해서는 2∼3년을 기다려야 한다. 아무리 좋은 타자라 하더라도 프로 타자와의 경쟁에서 이기기 쉽지 않다”고 투수 집중 현상에 대해 설명했다.
올해 프로야구의 투고타저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종범(KIA), 양준혁(삼성), 김동주(두산), 이병규(LG)와 같은 대형 신인 타자들의 등장은 갈수록 어려운 일이 되고 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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